쇠사슬에 묶인 개 '현대인의 자화상'
오래 전부터 개는 인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온 동물이다. 개와 인간에 대한 무수한 전례들도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개라는 동물은 사람에게 충실하고 의리가 있는 가축으로 묘사된 충견실화가 여러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조상들이 개를 인간과 상통하는 영감적인 동물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개를 사랑하고 개도 인간을 사랑한다.개의 종도 다양하고 인간도 다양한 인종이 살아간다. 개는 종에 따라 신분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개의 팔자도 달라진다. 잘 사는 집주인을 만난 개는 한마디로 호강하는 그런 개들이다.
그러나 나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개는 인간에게 사랑 받는 그런 개가 아니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쇠밥그릇을 하나 앞에 두고 쇠사슬에 묶인 채 웅크려 앉아 아주 처량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다보는 그런 개인 것이다.
나는 개를 인간에 비유해 본다. 기둥에 묶인 개는 쇠사슬이라는 차디찬 현실의 구속에 묶여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구속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자유롭지 못하단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모든 걸 버리고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싶은 생각을 가끔 해 볼 때가 있을 것이다.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든지….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를 찾는다든지 아니면 마음의 자유를 찾아서라든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한 것이다.떠나고 싶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다. 구속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현실 속의 우리는 그림 속에 있는 개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서양화가 모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