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압력 고조

입력 2006-02-17 09:41:54

UN, 유럽의회, AI 등 공개요구 잇따라…美선 반박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폐쇄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유엔과 유럽의회 등 국제사회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인권유린을 내세우며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미국 측은 인권유린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수용소 폐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인권위원회(CHR)가 임명한 인권특별보좌관 5인은 16일 18개월에 걸쳐 마련한 54쪽짜리 보고서 발표에 즈음한 성명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를 즉각 폐쇄하고 이들을 적법한 사법절차에 회부하거나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인신 구속의 적법성을 사법적 기구를 통해 따지고 그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석방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미 행정부가 국제적 기준에서 허용되지 않는 심문기술을 사용키 위해 반테러 투쟁이라는 틀로 고문의 의미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 측이 지난 수년간 합법적인 것과 비합법적인 심문 기술을 혼동한 것은 지극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보고서는 바그다드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이 수감자를 학대하는 사진들이 호주 언론에 의해 최근 추가 공개된 후 나온 것이어서 아랍권의 분노를 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인권위 보고서 내용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만간 폐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조만간 관타나모 수용소가 폐쇄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권위) 보고서에는 많은 내용이 들어 있지만 나는 모든 내용에 반드시 동의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기본적인 것은 누군가가 개인들을 영원히 수감할 수 없고 (테러) 혐의는 제기돼야 하며 (수감자들에겐) 해명의 기회가 주어진 후 기소되거나 석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의회도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관타나모에 억류되고 있는 모든 수감자들은 국제 인도주의 법규에 따른 대우를 받아야 하며 적법하고 독립적이며 공평한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지체없이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유럽연합(EU)이 중점을 두어온 대외정책 중 하나인 '테러와의 전쟁'은 인권과 시민적 자유가 완전히 존중될 때에만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모든 형태의 고문과 인권유린 행위를 비난했다.

국제 앰네스티(AI)도 유엔 측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요구를 지지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용시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I 관계자는 "미국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계속 운영할 명분이 더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런던고등법원의 앤드류 콜린스 판사는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는 영국인 3명이 고문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영국 정부에 석방을 탄원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허가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이 수감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면서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이며 이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관타나모 수감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수감된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잘못된 주장을 퍼뜨리도록 훈련돼 있다"며 유엔 인권보고관들이 수집한 정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1월 이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테러 용의자로 체포된 500여 명을 재판 없이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제네바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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