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오철환의 세 번째 소설집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도서출판 화니콤)가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지난해 2월 출간 이래 1년만에 재판 3쇄를 발행했으니 말이다. 소설집 3쇄는 지역 출판가에서는 아주 드문일.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에는 모두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 중 대구문학 2005년 여름호에도 게재된 작품으로 소설집 맨 앞에 소개된 '미몽'(迷夢)은 특히 주목을 끌만한 작품이다.
성(性)에 대한 일반의 정서로 보면 상당한 충격이지만, 왜곡된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다한 기대와 보호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과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과연 유익하기만 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표제작인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는 현직 대통령과 현 정권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시사성 있는 이야기로, 빛을 가속하면 과거사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변명'은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정신병적인 주인공의 변명을 들려주며, '에덴동산에는 뱀이 있다'는 다소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와 함께 아버지의 원죄를 자식이 어떻게 물려받는지 들려준다.
'늪'은 세대간의 갈등을 형상화했고, '장막'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자살사건을 소재로 인간군상의 부조리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오선과 한은'은 고시 합격 후 우정의 변질이란 다소 식상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참신하게 재구성했다.
문학평론가 송영목 씨는 "작가의 진지한 탐색정신과 성실한 자세가 작품 속에 묻어있다"며 "지방에서도 좋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다는 기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작가 오철환 씨는 "온라인 서점과 지인들을 통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며 "독자들을 배려해 소설집에 평론을 새로 붙이고 가격도 5천 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