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대구경북 경제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도민들의 지지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화란 항상 기득권과 마찰을 빚게 되고 "그냥 이대로…"가 좋은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밑바닥에는 경제현실에 대한 현격한 이해의 차이가 깔려 있다.
기득권자에게 경제통합 논의는 '선택사항'일 뿐일 수 있겠지만,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지역민들에게 이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다가온다. 기업은 망해도 잘 살 수 있는 기업인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릴 종업원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듯이, 지역이 망해도 사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지도층과 관료들에게 '변화'란 그저 거추장스러울 뿐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쯤되면 구미공단 수출 300억 달러 달성에다 포스코의 순항이 계속되고, 비록 14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지만 소비수준은 항상 3위를 달리고 있는 대구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만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1970년대 만들어진 대구경북의 성장동력인 구미와 포항은 이미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있고, 국가적 차세대 성장동력은 수도권과 충청권, 서해안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간과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내일'과 '희망'을 잃은 것이다.
지역민들을 분노케했던 수도권공장 신'증설 허용에 따른 구미 LG 3사의 파주 이전만 해도 그렇다. 이로 인해 대구와 구미에서만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무려 5조 원에 가까운 산업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협력업체들이 김천, 칠곡, 경산 등지에도 흩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언론과 정치인들, 제자들이 잠재적 일자리를 잃게 생긴 지역대학의 교수들은 LG필립스LCD의 파주공장 신설이 결정될 때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이뿐 아니다. 양성자가속기와 방폐장, 원전, 풍력 등 대체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구상도 경주와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동해안과 대구, 경산, 구미의 협력이 전제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낙후된 경북북부지역은 바이오와 문화'관광산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역시 대구경북 주민들의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져 기본적 산업수요를 지역내에서 충족시켜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착할 수 있다. 이제 경제통합은 대구경북의 미래 생존전략인 셈이다. EU(유럽연합) 경제통합의 역사가 보여주듯 모네, 슈망, 스파크, 아데나워, 들로르, 미테랑, 콜 등 수많은 정치지도자와 엘리트의 헌신적인 노력이 '통합'을 위한 상호신뢰와 집단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대구경북도 이제 '희망'이라는 다리를 놓을 새 지도자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석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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