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구 북구 침산3동 대우 침산 푸르지오 1차 주상복합아파트. 새 집에 들어간 기분을 만끽할 때지만 이 아파트 입주민 32가구는 걱정이 앞선다. 이 아파트 바로 뒤편 침산 동아 무지개 아파트 주민 200가구가 '일조권을 침해한다'며 17층 이상 32가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32가구에 대해 법원의 가압류처분이 내려졌기 때문.
대구지역 아파트가 봇물을 이루면서 일조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조권 관련 다툼이 결국 주민 간의 정면대결로 번지고 있다. 아파트 시행·시공사의 분양광고와 행정기관의 분양승인을 믿고 아파트를 구입한 주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이곳 두 아파트는 7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상태. 갈등은 최고 40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 골조가 20층 이상 올라간 2004년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존 동아 무지개 아파트 2개동 약 160가구가 일조권 침해를 받기 시작한 것. 동아 무지개 아파트 주민들은 "주상복합아파트로 인한 '일조시간'이 하루 연속 2시간, 총 4시간에 못 미친다"며 일조권 침해 배상을 요구했다.
푸르지오 시행사·시공사와 아파트 주민들 간의 다툼은 1년 넘게 계속됐고 주민들은 결국 지난달 푸르지오 1차의 건물 소유권 등기가 되자마자 17층 이상 32가구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소송을 맡은 김병진 변호사는 "통상 일조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가구당 배상액은 아파트 시세의 5~10%지만,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가구당 50만 원 정도를 제시했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수 차례에 걸쳐 협상에 응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공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 가압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당장 대출금을 변제하라는 압박을 피할 수 없는 데다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아파트 및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사용검사일 이후 60일까지는 입주 예정자의 동의 없이 압류나 가압류, 저당 등이 금지돼 있으나 주택법이 개정된 2003년 5월 이전에 사업 계획 승인을 받은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대우 침산 푸르지오를 비롯, 인근 옛 명성웨딩 터 푸르지오와 옛 대구상고 자리에 들어서는 센트로팰리스 등 2003년 이전에 사업승인이 난 주상복합건물들은 언제든지 일조권 다툼으로 인해 가압류될 수 있다.
푸르지오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 박순목(40) 위원장은 "논란이 일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시행사와 시공사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32가구의 피해를 어찌할 것이냐"고 했다.
현재 초고층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둘러싼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공사와 주민들 간의 반복되는 다툼은 건축 허가를 내주는 대구시의 느슨한 잣대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행사가 주택법에 따라 사업 승인을 얻으면 일조권이나 기반시설, 경관 계획 등이 별다른 검토 없이 일사천리로 처리돼 버린다는 것.
이에 따라 경관 계획이나 기반시설 등에 관한 내규인 '공동주택 심의에 관한 규칙' 등을 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미연에 막는 방안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 주택을 건설할 경우,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도시계획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홍경구 대구대 도시지역개발학과 교수는 "한번 잘못 지어진 건물로 인한 피해는 그 건물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구 전체의 도시 지도를 그려내고 관리하려면 아파트 사업승인 이전에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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