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잇단 대구 공연

입력 2006-02-14 09:52:25

"원작의 감동을 대구에서."

뮤지컬 마니아라면 뉴욕 브로드웨이의 극장에서 뮤지컬을 감상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뮤지컬 한 편을 보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은 뮤지컬 마니아들에겐 호재다. 원작의 감동을 대구에서 느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3월과 4월 대구에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이 잇따른다.3월 '뉴욕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고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가 먼저 포문을 연다. 초연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해외 투어 공연 일정 속에 갖는 내한공연이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라이선스 공연으로 여러 차례 선보였지만 오리지널팀의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3월16~19일 대구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6차례에 걸쳐 관객들을 만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1950년대 뉴욕을 무대로 폴란드계 갱단인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계 갱단인 '샤크파'의 세력 다툼에 말려든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세계적인 지휘자 겸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음악을 맡고 현대무용의 거장인 제롬 로빈스가 안무와 연출을 담당한 이 작품은 1957년 초연된 이후 '뮤지컬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란 극찬을 받으며 그동안 734회라는 장기공연과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고 안무상 등 3개 분야를 휩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4월 12일부터 23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브로드웨이팀의 뮤지컬 '그리스(Grease)'도 이번이 첫 내한 무대다.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를 뜻하는 제목 '그리스'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꿈을 경쾌한 로큰롤 리듬에 담아낸 작품이다.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과 배우 존 트라볼타가 주연한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은 1972년 브로드웨이 에덴시어터에서 초연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이번에 내한할 공연팀은 미국 뉴욕에서 선발된 현지 배우들로 2002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미국과 유럽 투어 공연을 가졌고 내년 다시 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있다.

내한 공연에서 청순한 여주인공 샌디 역은 리나 보사가 맡는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 '카바레'의 샐리 보울즈 역을 맡아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 스타 배우다. 바람둥이 미남 대니 역의 제이미 아이스노는 힘있는 가창력의 소유자로 3년간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 열연한 바 있다. ''아이다'의 라다메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예수 등에 출연하며 호평받았다.

브로드웨이팀의 공연은 무엇보다 라이선스 버전에 비해 무대 규모가 훨씬 커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는 점이다. 작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쓴 한국 무대와 달리 브로드웨이 버전은 무대 전환과 무대의 스케일이 더욱 커진다.

◇ 오리지널이란?

뮤지컬 제작사에 따르면 오리지널은 좁게는 초연됐을 당시 배우나 스태프가 참가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 전 무대에 처음 올려진 작품을 당시 제작진이 요즘에 다시 공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따라서 원 제작사(오리지널 제작사)의 승인을 받아 연출, 의상, 안무, 무대 등 작품을 구성하는 전반적 요소가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보여주는 공연팀의 무대도 넓은 의미에서 오리지널이라는 설명이다.

오리지널인 경우 제작사는 이 용어를 홍보나 마케팅을 위해 막연한 의미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오리지널인지를 공연 안내자료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밝힌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해외 뮤지컬 내한공연이 많아지면서 오리지널을 강조하는 작품도 많아졌다"며 "제작진이 궁금한 관객이라면 인터넷이나 공연 안내자료 등을 통해 배우나 스태프의 과거 참여 작품은 무엇인지, 투어팀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 :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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