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복수 의원 지역 기초長 공천

입력 2006-02-13 11:07:25

'동상이몽' 아직 눈치보기 판

5·31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을 놓고 한 기초단체에 국회의원은 두세 명 되는 지역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의원들이 큰 잡음 없이 기초단체장 후보자를 공천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자칫 파열음을 낼 소지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 판단이다. 복수의원이 있는 지역은 대구에서 동·북·수성·달서구 등이고 경북에선 구미와 포항이다.

◆대구지역

▷수성구=재선의 이한구(갑), 초선의 주호영(을) 의원이 지역구로 있는 수성구는 아직 안갯속 형국이다. 두 의원 모두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 보지도 않았다. 9명의 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후보자 결정 이후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도 두 의원의 호흡이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 의원은 "시간이 조금 지나 우열군이 형성되면 그 때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고, 주 의원은 "주변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달서구=달서는 3선의 박종근(갑)·이해봉(을) 의원에 초선의 김석준(병) 의원이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다. 달서구청장 후보와 관련해 아직 한 번도 의원들이 만난 적이 없다. 의원들은 "예비등록 후보를 봐가면서 의원들끼리 논의하겠다"는 입장.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박 의원은 모 인사와 가깝고 이 의원은 또 다른 모 인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는 상태. 김 의원은 나설 입장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선배 의원들 의중을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드러나는 후보가 두세 명밖에 되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 의원은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원한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고 주변에도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동구=초선의 주성영(갑)·유승민(을) 의원이 있는 동구에선 의원들 간의 파열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교 동기동창인 두 의원은 공청회도 함께 열고 지역 내 모임에도 같이 참석할 정도로 각별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원하더라도 의견 조율을 거쳐 함께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북구=3선의 안택수(을), 초선의 이명규(갑)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북구의 경우 이종화 현 북구청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두 의원 모두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물이 없으면 이 구청장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두 의원이 나서서 출마희망자들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새도 보인다. 이 때문에 북구청장 후보는 일찌감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선 안 의원은 "후보 등록하는 것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고, 이 의원은 "더 훌륭한 인물이 신청한다면 전략공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지역

구미시장과 포항시장을 놓고 '한 지붕 두 지역구' 의원들 계산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두 지역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의원들 복심이 있을 수 있느냐"며 표면적으로는 공천 과정 불개입을 선언하고 있지만 주변정황과 의원들 행보로 볼 때 말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미시장=한나라당 김성조(갑)·김태환(을)의원의 복심을 놓고 주변에서 말들이 많다. 두 의원이 '2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서로 다른 후보와 더 가깝다는 것. 김성조 의원은 같은 문중이라는 이유로 특정 후보를 밀고 있는 반면 CEO출신인 김태환 의원은 경력이 좋다는 이유로 또 다른 후보에게 더 나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맥락으로 후보들도 특정 의원과의 접촉을 늘리는 한편 특정 보좌진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장=이명박 시장의 대권도전과 필연적 관계를 맺게 될 지역이어서 그런지 이상득(포항남·울릉)·이병석(북) 의원도 한마음 같지 않다. 시장 후보군 모두가 '친(親) 이명박 서울시장 인사'임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상득 의원은 자신의 동생 이명박 시장 후광을 얻으려는 현재의 출마희망자들을 싫다 할 수 없는 입장. 반면 이병석 의원은 지역구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과 손발이 맞는 인사를 더 선호하는 태도다.

따라서 이병석 의원은 계속 후보군 변화를 희망하고 있고 이상득 의원은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득 의원이 최근 "공천은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병석 의원의 '자중'을 당부하는 것으로 들린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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