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서 광역의원에 나설 ㅂ씨는 얼마 전 서울 지역의 한 멀티미디어 업체로부터 '사이버 선거'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 이들이 보내온 팸플릿과 제안서에는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은 기본이고, 선거법상 금지된 사이버 소형 명함 제작·배포를 대신한다는 설명과, CD롬 의정보고서 등 ㅂ씨 눈에는 신기하기만 한 '선거 상품'들이 가득했다.
그는 "홈페이지 제작에만 1천만 원이 드는 등 비용이 수천만 원에 이르러, 일단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많은 후보자가 등록했다는 업체 측의 말을 듣고는 솔직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5·31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선거산업(Election Industry)'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지방의원 유급화가 시행됨에 따라 출마자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스피치학원, 유세원고 대행, 인터넷 홈페이지구축 대행 등의 선거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선거산업' 매출규모가 전국적으로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한다.
경북의 한 군수 후보자는 요즘 대구 수성구 범어동 ㅎ스피치학원에 다니고 있다. 학원에서 연설문을 대신 작성해주고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까지 시켜주기 때문. 주 3회 나가는데 드는 수강료는 월 100만 원. 연설문 작성까지 대행하면 100만 원이 추가로 더 붙는다.
이 학원 원장은 "시장, 구청장, 군수 등 단체장으로 나설 후보자의 경우 강좌를 따로 개설해 원장이 직접 개인지도를 한다"며 "현재 10여 명이 등록해 있으며, 수강료는 서로 협의해 결정하는데 수백만~수천만 원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연설'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스피치학원은 대구시내에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한 달 동안 이들 업체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평균 1천만 원 정도.
게다가 이번 선거부터 합동유세가 폐지되고, 토론과 거리유세만 허용되면서 단순히 말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설득력 있게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스피치학원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수성구 만촌동 ㅎ스피치문화원이 마련한 '후보자 토론기법' 커리큘럼에는 요즘 예비 정치인들로 문전성시다. 4주 동안 8회 강의하는 이 강좌는 지난 4일 15명이 처음으로 수료했고, 지금은 수강생이 50명으로 늘면서 자리가 없을 정도다.
현재 미국에서는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를 연구해 '공격 자료'를 만들어주는 '뒷조사팀(OPPO;Opposition Research)'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등록된 OPPO 전문업체만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OPPO는 자료 한 건당 최고 수만 달러까지 챙기는 등 선진국에서는 '선거산업'이 새로운 서비스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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