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많이 쫒겨났다는데 다 어디로 갔습니까?"
"그야 모르죠. 그들 사정이니까. 생존경쟁이에요."
"학교에서 뽑은 교수들을 책임져주지 않나요?"
"그런게 어딨습니까? 발전 없으면 도태죠. 다 열심히 안해 그렇게 된건데..."
지난달 시리즈 취재를 위해 찾아간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캠퍼스에서 석사과정의 한국인 유학생은 "2년 전 교수들이 기업체의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자 얼마후 학과가 없어지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학생들이 성과없는 학과를 외면하면서 이듬해 이 학과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교수들은 흩어지고 건물은 기업체에 팔렸다.
그곳 교수사회는 살벌했다. 상품(연구)을 팔지 못하면 곧바로 폐기처분되는 것이 관례였다. '철밥통'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고 보신주의나 적당주의는 용납되지 않았다.
유럽 대학에서 교수들이 짊어진 짐은 너무나 많다. 연구실 석·박사 학생들을 산업체 인력이자 연구자로 키워야 하고 연구성과를 주기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지역기업들도 교수들의 연구성과에 목을 매고 있었다. 교수들의 프로젝트가 산업화에 성공하면 지역경제가 살찌고 대학 명성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모든 것이 교수들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시간이 없다고 해 새벽시간에 만난 한 교수는 "'연구'를 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평일에는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하느라 자투리 시간을 내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유럽의 선진 대학에서 배울 점은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산·학·연·관' 협력체계도, 충실한 정부 지원도 아니었다. 바로 연구하는 교수들이었다.
한국, 특히 대구권 대학의 교수들이 그들처럼 긴장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는지 무척 의문스러웠다. 그렇지만 유럽이든, 대구든 교수들이 앞장서야 '대학이 살고 지역이 산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결론이 아니겠는가.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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