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정(情)

입력 2006-02-08 11:35:14

요즘 지구촌 호사가들 입방아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할리우드 스타는 단연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두 커플일 게다. 졸리-피트는 각각 세계 최고의 섹시 스타들인 데다,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피트가 전격적으로 이혼까지 한 뒤 졸리에게 달려간 터라 이들의 열애 소식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죄다 핫 뉴스가 되고 있다. 흥행 보증수표인 톰 크루즈와 열여섯 살 아내 홈즈의 열애 사건 역시 일거수일투족 모두 세인들의 관심사다.

연인들 사이의 뜨거운 열정이 '길어야 2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피사대학 연구팀은 '새로 만난 남녀 간에 성적(性的) 매력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만난 후 2년 이상이 되면 분비되지 않는다'는 새 사실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연애 초기의 사람들에겐 혈액 속에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뉴트로핀 호르몬이 많은 반면 만난 지 1, 2년된 연인들에겐 이 호르몬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온 천지를 불태울 듯이 활활 타오르는 사랑도 그 유효 기간이 기껏 2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주인공 상우는 다른 남자가 생겼노라는 은수에게 허물어지는 표정으로 말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떠나간 사랑으로 인해 신열 앓는 세상의 숱한 '상우들'에게 "울 것 없어. 단지 사랑의 분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야"라는 조언은 얼마나 매몰찬가.

무미건조하기가 모래로 지은 밥 같지만 절망할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피사대 연구팀은 안정 단계의 연인들에겐 지난날 '욕정의 호르몬' 대신 '귀여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 사실을 발견했다. 불타는 열정은 식었지만 서로 살갑게 여기는 관계로 발전된다는 거다. 정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할까.

정으로 엮어진 대표적 관계는 '부부'다. 처음엔 좋아서 살다가, 좀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살고, 또 좀 지나면 서로 필요해서 살고, 얼굴에 주름 자글자글해지고 등 구부러지면 불쌍해서 살고, 마지막엔 죽으면 묻어주려고 사는 게 부부란다. 그러고 보면 영원할 것처럼 뜨거운 '열정'도 고작 1, 2년이면 식어가지만 천천히 익는 장아찌 같은 '미운 정 고운 정'은 유효기간 없이 '찡하게도' 오래 가는 정, 질기디 질긴 정 아닌가.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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