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母子의 성공에 생각해야 할 일

입력 2006-02-08 11:38:47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은 한국계 하인스 워드의 열풍이 미국을 넘어 한국까지 달구고 있다. 워드의 성공은 그가 한국계 혼혈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특히 겸양지덕을 몸소 실행하며 하드를 올곧게 훈육한 어머니의 헌신과 이를 자양분으로 제대로 받아들여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아들의 밝고 당당한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한국인이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워드 모자로부터 한국과 한국인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한 엔돌핀을 선물 받은 것이다.

받은 한국인들은 그들 모자에게 무엇을 주었는지를 생각해볼 차례다. 예정대로 4월쯤 워드가 방한할 경우 국민적 환호와 환대를 받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워드가 성공하기 전까지, 미국이 열광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들 모자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당당하게 키우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주는 미국 정부의 지원금도 받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들이 한국과 한국인에게 무엇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있었다면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정도 아니었을까. 워드의 어머니는 언론에 한국인에게 당한 멸시를 일부 토로했다. 흑인과 결혼하고 헤어지고 살아남기 위해 혼혈아 워드를 당당하게 키우기 위해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다른 사람도 아닌 한국인의 멸시는 참으로 뼈저린 슬픔이었을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문턱까지 온 나라다. 글로벌시대다. 눈앞의 이익만 급급하고 남 앞에 잘난 체 하려는 천민의식이 지배하는 한 글로벌 시대에 한국은 후진국일 뿐이다. 혼혈아에 대한 편견과 비하는 전근대, 동물적인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행태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이 얼굴빛에 따른 경중이 있을 수 없다.

워드는 결승전 며칠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절반이 한국인이다. 한국을 위해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혼혈 한국인을 절망케 하고 한국에 온 가난한 유색 외국인을 경멸하는 못된 풍조는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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