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어라·□소혜 "'놀림감' 이름 쉽게 바꿔준다더니…"
'영희' '현숙' '윤정' 등 우리 주위에서 '가장 사랑받아 온' 이름들이 최근에는 "너무 흔해서 싫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등의 이유로 개명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개명(改名) 요건을 완화한다는 판례를 낸 이후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폭증하고 있는 것.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에 따르면 지난달 개명신청은 680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배 이상 늘었으며 20, 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개명 신청은 모두 3천364건으로 월평균 300건 안팎.
개명신청 이유는 성년층 경우 △'놀림의 대상'이거나 △실제 사용하는 이름과 일치시키기 위해 △성명철학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명 신청을 한다고 해서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두 달간 대구지법에 접수된 개명신청 929건 중 241건이 기각돼 개명허가율은 76%에 머물렀다.
때문에 개명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명 허가율을 높여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명자율화를 원하는 사람 등으로 이뤄진 한 단체에서는 지난 4일 대구시내에서 개명 자율화를 요구하는 연대서명을 받기도 했다.
"개명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법원은 "개명 신청이 악용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전과자나 신용불량자 등이 부정한 목적으로 개명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명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 전과 조회와 출입국 사실 조회, 신용정보 조회 등을 하고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는 개명 신청을 대행해 주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구시내에서만 10곳 가까이 성업 중이다.
대구시내 한 개명신청 대행업체 관계자는 "개명 후 원래 이름으로 되돌리거나 또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는 문의가 적잖지만 실수로 한자가 잘못 입력된 경우 등을 빼고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명신청을 한 이름들로는 '이슬' '아름' '장미' 등 놀림의 대상이 되는 한글 이름이나 '성기''사정''초경''음순' 등 신체 특정부위와 관련된 이름, 성과 이름이 합쳐져 놀림이 되는 ㅇ어라, ㅇ아라, ㅇ기수, ㅇ소혜 등이 많았다.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에서는 '김소순애', '노병삼랑', '정천대자', '박건차랑', '하에이코' 등 일본식 이름을 고치려는 경우가 많다고 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 밖에 △출생신고서에 이름을 잘못 기재한 경우 △족보상의 항렬자와 일치시키기 위한 경우 △현재의 이름에 선대나 후대의 항렬자가 포함돼 있는 경우 △친족 중에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는 경우 등도 개명 신청의 이유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