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마련하려 형제가 초등생 납치

입력 2006-02-07 11:15:54

대학입학을 앞둔 고3생과 대학 1학년생 형제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초등학생을 납치했다 범행 8시간만에 붙잡혔다.

이들은 납치한 초등생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인 줄 알면서도 몸값을 요구하는 대담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경기도 안산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후 7시께 윤모(19·대학1년)군과 윤 군의 동생(18·고3년), 윤군의 친구 김모(19·대학1년) 군 등 10대 3명이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안산천변에서 연을 날리던 A(11·초등5년)군을 렌터카로 납치, A군 아버지가 안산경찰서 직원인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이어 밤 9시30분께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으로 이동, A군 아버지 B(41) 경사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아들을 데리고 있다. 경찰인 줄 아는데 신고하지 마라. 2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B경사는 곧바로 경찰 상황실에 아들의 납치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280여 명의 직원을 동원, 안산시내 4천여 곳의 공중전화를 권역별로 맡아 잠복하도록 했다.

윤 군은 밤후 10시 6분과 6일 새벽 1시42분 안산시 단원구 와동과 고잔동에서 두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더 걸었고 결국 마지막 공중전화를 했던 고잔동 H빌라 앞에서 잠복한 경찰에 붙잡혔다.

윤 군의 동생은 형이 검거되는 장면을 보고 렌터카를 몰고 달아났다 새벽 3시께 안산 한도병원 인근 대로변에서, A군 납치 후 윤 군 형제와 헤어진 김 군은 새벽 3시10분께 안산시내 모 PC방에서 각각 검거됐다.

A군은 윤 군 동생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계속 끌려다니다 새벽 2시께 안산시 상록구 사동 도로변에서 윤군의 동생이 내려줘 지나가던 택시를 타고 무사히 귀가했다.

경찰조사 결과 윤 군은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동생의 대학등록금과 자신의 수업료를 마련하기 어렵자 이 같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특가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군 등이 A군의 아버지가 경찰인 줄 알면서도 몸값을 요구하는 등 초범이면서도 상당한 배짱을 보여 놀랐다"며 "B경사가 윤군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3-4분씩 시간을 끌며 공중전화 위치추적을 도와 현장검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에서는 몸값을 노린 납치사건이 잇따라 지난달 25일 고양시 일산구 모 초등학교 앞길에서 C(11·초등4년) 양이 차량으로 납치됐다 4시간 만에 풀려나는 등 지난해 12월 이후 모두 5건의 초·중등생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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