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미군부대 캠프캐롤 '영어캠프'
"높은 담장 너머의 이방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이 느껴졌어요."
지난달 31일부터 4일 동안 왜관의 미군부대 캠프 캐롤(Camp Carroll)에서 열린 영어캠프에 참가한 칠곡 지역 중·고교생 48명은 짧은 캠프 기간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캠프 캐롤의 영어캠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지역민들과의 우호 증진을 위해 인근 학생들을 초청, 미군 병사들과 영어 수업도 하고 게임이나 부대 견학도 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를 만든 것.
윌프레드 제이 플럼리(Wilfred J. Plumley) 부대장은 "러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창한 좋은 이웃되기 프로그램(Goog Neighber Program:GNP)의 일환으로 영어캠프를 구상하게 됐다"며 "미군과 주민들 간의 장벽을 허무는 데는 이만큼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고 생각돼 2년째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업은 학생들을 4개 반으로 나눠 진행됐다. 강사로는 부대의 중사 이상 간부급 군인과 미군 병사, 통역을 위한 한국인 카투사병 등이 나서 학생들과 문화적 차이점에 대해 토론하고, 게임 등을 통해 수업을 하는 것은 물론 식사까지 함께하며 생활영어를 익히도록 했다.
외국인과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는 농촌지역 학생들에게 이번 캠프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됐다. 곽기쁨(왜관중 3년) 군은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써볼 기회가 없었다"며 "미군 선생님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전략도 세우고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캠프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미군들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며 마음 속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누다 보니 거부감 해소를 넘어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
최수연(약목중 3년) 양은 "미선·효순이 사건 이후 미군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직접 부대에 와서 미군들과 대화를 나눠 보니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정민(장곡중 3년) 군은 "왜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방인이라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역민들과 함께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이 지역민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겨울 영어캠프뿐만이 아니다. 석전중에 만들어진 영어마을의 운영을 돕고, 약목중과 신비유치원을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 영어수업을 돕고 있다. 올해는 칠곡 읍내 5개 초등학교에 미군을 원어민 강사로 지원키로 약속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사회를 위한 미군의 도움이 계속되자 칠곡군에서도 캠프 캐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무조건 도움을 받기만 할 수 없어 칠곡교육청과 칠곡군이 발벗고 나서 신입 병사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지원키로 한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캠프 캐롤에 새로 배치되는 병사들에 대한 기초 한국어 강의와 한국 문화체험, 칠곡에 대한 소개 등 사흘간의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은 칠곡군과 교육청이 지원하게 된다.
임태한 칠곡교육청 교육장은 "캠프 캐롤 측에서 연 1회 이상 영어캠프를 열기로 약속하는 한편 지원 부대와 지역 시설 간의 자매결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미군부대가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칠곡지역 중·고교생들이 캠프 캐롤의 미군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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