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 지음/푸른역사 펴냄
십자군 원정으로 '야만족' 이슬람을 정복한 서유럽은 당황했다. 이슬람 심장부에서 자신들이 오히려 야만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유럽이 계승하지 못한 그리스·로마의 사상과 철학을 이슬람 사회는 아랍어로 완벽히 번역했고, 재해석하기도 했다. 자극을 받은 서유럽은 아랍어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빠져들었고, '12세기 번역의 시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의 번역문화는 어디쯤일까. 저자의 진단은 오역 시비에 휘말리는 번역서는 많아도 잘된 번역서는 부족하다며 분발을 촉구한다. 이른바 잘 팔리는 책만 골라 단기간에 번역·출판하는 능력은 비범해도 10년, 100년이 지나도 꾸준히 읽힐 고전을 번역하는 데는 인색하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번역은 뒷전이고 논문만 업적으로 인정하는 대학연구 풍토, 저자에 비해 번역가를 대우해주지 않는 출판시장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번역문화의 부실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번역작업의 현실적 문제들과 한계,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대안,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실무적 조언 등도 털어놓는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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