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지지율 하락…공공연한 핵심측근 비판
9월 말 퇴진을 공언한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집권 자민당이 작년 9월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한 후 한없이 계속될 것 같던 '고이즈미 신통력'의 효력이 약화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사상누각으로 드러난 벤처신화 라이브도어 파문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차금지 등으로 정기국회 초반부터 정부·여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의 핵심측근에 대한 당내 비판이 공공연히 제기되기 시작했다. 내각지지율도 하락세다.
유별난 충성심으로 '파벌' 결성 의혹까지 받았던 자민당 초선 '고이즈미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총리의 거듭된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기존 파벌에 가입했다. 그렇게도 믿었던 '고이즈미 아이들'의 90%는 차기 당 총재선거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미는 후보에게 꼭 투표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각의 군기이완도 두드러지고 있다. 명색이 차기 총재후보라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천황의 야스쿠니 참배 요구"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농림수산상은 국회에서 왔다갔다 하며 발언을 번복, 수세에 몰리고 있는 총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회를 노렸다는 듯 여계천황 인정에 반대하는 보수파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는 1일 '황실전범 졸속개정반대 긴급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당돌하게도 고이즈미 총리가 정기국회 통과를 공언한 황실전범개정안 국회제출에 반대한다며 자민, 민주, 국민신당, 무소속 등 의원 173명이 서명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고이즈미 측근들 비판 도마에 = "라이브도어 문제와 결부시켜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건 전혀 별개다. 규제개혁과 시장개방을 확실히 추진하라." 고이즈미 총리는 1일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이렇게 지시했다. 라이브도어사건으로 양극화 심화 등 고이즈미 개혁의 '그늘'이 부각되는 것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선거 때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전 라이브도어 사장 지원유세를 해 곤욕을 치른 다케베 쓰토무(武部勤)간사장이 지난달 30일 "증권거래감시위원회는 뭘 했느냐"고 비난하자 요사노 가오루(輿謝野馨) 금융상이 당장 "다케베 씨는 교육을 좀 받아야 겠다"고 받아쳤다. '예스맨'을 자처하는 다케베 간사장의 발언은 고이즈미 총리의 뜻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반박은 얼마 전만해도 감히 생각도 못한 일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측근 중 측근으로 불리는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정조회장도 증권감시위원회를 금융청에서 독립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片山虎之助) 참의원 간사장으로부터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건 좋지 않다"는 충고를 받고 머쓱해졌다.
◇ 내각 군기 빠졌다 = 나카가와 경제산업상은 국회 답변에서 미국산 수입쇠고기 금수와 관련, "각의결정 때 실시키로 한 미국 현지 사전조사를 내 판단으로 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책임질지 지금부터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말을 뒤집어 야당에 공격빌미를 제공했다. 아소 외상은 야스쿠니참배문제에 대해 "천황이 참배하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파문이 커지자 "지금 상황에서 참배를 요구한 게 아니라 장래 과제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군색하게 말을 바꿨다.
워낙 엉뚱한 발언에 정작 고이즈미 총리도 "외상의 발언은 개인생각"이라며 발을 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정권이 오만해져 군기가 빠졌다"(히가시 준지 국회대책위원장)는 탄식이 나왔다.
◇ '고이즈미 아이들'도 말 안들어 = 이른바 '고이즈미 아이들'로 불리는 자민당 초선의원의 90%가 차기 총재선거에서 반드시 고이즈미 총리가 미는 후보에게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82명(83명 중 1명 선거법 위반으로 사퇴)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 직후부터 '고이즈미 아이들'과 식사를 함께하고 연수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망년회를 주재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당선 직후부터 '파벌에 가입하지 말라'고 떠먹이듯 당부했지만 4개월도 안돼 절반에 가까운 36명이 당내 각 파벌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재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13명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꼽았지만 70% 가까운 53명은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다케베 간사장과 다니가키 재무상을 든 사람이 각각 4명, 야사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을 든 사람이 각 2명, 아소 외상을 꼽은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 내각 지지율 하락세 = 1월 22, 23일 실시한 마이니치(每日)신문 조사에서 작년 11월 조사 때보다 4% 포인트 감소한 52%로 떨어졌다. 1월에 실시한 아사히와 요미우리(讀賣)조사에서도 5% 포인트 하락한 45% 전후를 기록했다.
◇ 황실전범 개정 반대파 기세 = 보수파 의원모임인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는 1일 황실전범 졸속개정반대 긴급집회를 열어 여계천황 인정을 내용으로 하는 황실전범 개정안 국회제출 저지를 결의했다. 결의안에는 공산당과 사민당을 제외한 각 정당과 무소속 의원 173명이 서명했다. 모임 회장인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상은 "황실문제로 국회가 둘로 갈라져 서로 헐뜯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책무"라고 기세를 올렸다.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온 고이즈미 총리는 "서로 헐뜯는 일이 일어날 턱이 없다"면서 "서로 헐뜯지 않는 게 국회의원의 양식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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