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경찰청장(2003년 3월~2005년 2월)을 지낸 최기문 씨가 '험블레스 오블리주, 경찰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와 관련, 최 전 청장이 선거 출마 등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고 리포트 성격의 이 책에서 최 전 청장은 '험블레스 오블리주(Humblesse Oblige)'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오늘의 대한민국 경찰이 험한 일과 고된 의무를 강요 당하고도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매를 맞고 고생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대우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치안 총수로는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한 그는 경찰직급 조정, 인사혁신, 수사경과제 도입 등 경찰 내부에서는 '혁명'이라고 불리는 과감한 개혁조치를 해온 과정과 배경을 이 책에서 기록하고 있다.
또 검찰과 경찰 간 수사구조 개혁의 초석을 놓은 일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의 치안 총수로서의 대응, 부안사태 과정에서 경찰의 숨겨진 역할 등도 이 책에서 처음 소개하고 있다.
그는 경찰청장 재임 행적을 책으로까지 펴낼 생각은 없었지만 최근 경찰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책 출간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경찰의 현재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는 것.
그는 이 책 맺음말을 통해 "이제 경찰은 정치논리가 아닌 법과 원칙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고생하는 만큼 대접도 제대로 받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위상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76쪽 분량, 고즈윈(주) 출간.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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