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은 수도권 기업과의 경쟁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다. 수도권 기업은 국내 마케팅 자원의 9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국내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역기업은 치열한 경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에서 수도권 기업과 힘겹게 경쟁하기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국내 경쟁에서 우월한 수도권 기업들도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에 동시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지역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먼저 점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좁은 한국을 벗어나면 넓고, 다양한 선택과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세계시장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지역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제공항을 통해 지역으로 쉽게 올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사업에서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 이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없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부산과 연계해서 대구와 부산 중간지점에 많은 국외 도시들로 직항할 수 있는 국제 공항의 설립은 세계화 시대 지역의 생존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과거 경부선에서 제외된 대도시들이 빠르게 소도시로 몰락한 것과 같은 문제일 것이다. 현재, 미국에 있는 바이어들이 대구까지 오는 상황을 보면 집에서 나서서, 차를 타고 공항에 가서 15시간 이상 비행기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서, 짐 찾고,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KTX 타고, 동대구 역에서 내려서, 다시 택시 타고 회의 장소에 오게 된다. 이런 경험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 명확한 일이다.
필자의 회사는 얼마 전 한 다국적기업의 공동개발 파트너 선정에서, 실적과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받고도, 마지막 순간의 동경 소재의 일본 회사에게 패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접근성 문제였다. 공동 개발에서는 자주 만나서 회의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선정이유라는 설명을 듣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공항과 더불어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보통 해외사업에서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사실 언어보다 몇 배나 중요한 것은 해외를 인정하는 마인드이고 태도이다. 사실 해외사업의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언어에 뛰어난 사람이라기보다는 외국사람들과 함께 먹고, 함께 웃으며, 함께 있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함께하지 않으려는 닫힌 마음으로는 언어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외국의 풍습, 음식, 사업 상황 등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의 음식을 접하면서 "이 친구들은 왜 이렇게 이상한 것만 먹지?"라는 생각으로서는 그들과 좋은 사업을 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음식은 우리에게 최고이듯이, 그들의 음식이 그들에게 최고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것만 좋고 옳은 것이 아니라, 나하고 다른 남의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지역은 이 점에서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지나친 보수성, 아는 사람하고만 일하려는 태도 등은 세계화 시대의 다양성에서 적응력을 급속도로 떨어뜨릴 것이다.
현재 자본, 시장, 인력 등 모든 면이 부족하더라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을 갖고, 더불어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노력한다면, 대구'경북은 1000년 번영을 이룩한 베네치아 이상의 지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처만이 생존할 수 있는 이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에 지나친 보수성은 지역 경제를 발목 잡아서 빠르게 시골도시로 추락시킬 것이다.
이종원 ㈜KOG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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