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국민의 과반수가 10년 후 우리 사회에는 희망을 둘 수 없다는 비관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비관론의 첫 번째 이유로는 '정치불안정'을 꼽았다. 일찍이 '인도'의 성인으로 알려진 지도자 '간디'가 간파했듯이 '원칙이 없는 정치는 사회의 해악(Politics without principle is a social evil)'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조사결과이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가고 잘돼 가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정치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소금이 제 맛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렸듯이 정치인들 스스로가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이며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내일에 대한 밝은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에게 답답한 마음과 한숨, 그리고 내일에 대한 처절한 절망감과 불안을 안겨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와 같은 생각이 경제 분야에서는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실업 문제 해소를 꼽고 있는 것이다. 정치의 기본적 목표는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주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해 나가면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고 비록 현재는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내일에는 오늘보다 더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하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사야만 한다. 그 신뢰의 근거는 바로 정치가 높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원칙을 고수해 나가고 있다고 하는 믿음을 심어 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어선(동진호)의 선원 딸인 최우영 씨는 오늘도 임진각 인터체인지 소나무에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노란 손수건 400장을 매달고 있다. 최우영 씨는 울부짖는다.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제 아버지를 위해 대통령께서 매듭을 직접 풀어 주시기를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
그동안 정부는 민족 화해 운운하며 수많은 장기 복역수들을 북한으로 보내 주고 국민의 혈세를 거둬 몇조에 달하는 대북 지원을 하고 또 수없이 남북 회담을 해 가면서도 이 가엾은 여인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이 있는가? 납북된 어민 최종석 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하기는 우리 정부가 자국민들의 인명을 우습게 알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합중국은 우리나라 역사에 비하면 일천한 나라이고 또한 국민 구성도 전 세계 모든 인종들의 혼합 국가이지만 일단 미국 국적을 받으면 그들에 대한 보호는 놀라울 정도이다. 비록 죽은 시체라 하더라도 또한 그 시체가 수십 년 또는 반세기 이전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더욱이, 그 시체가 국교도 없는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의 영토에 있다 하더라도 필사적으로 유골이라도 수습하여 자국민들의 긍지를 갖게 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우리 정부는 엉뚱한 데는 국민의 세금을 수천억씩 뿌리면서도 국가를 위하여 싸우다 죽은 애국 열사들의 유골이 전국에 널려 있어도 그저 눈가림으로 발굴 작업을 하는 양 반세기를 두고도 질질 끌고만 있다. 이 어찌 떳떳한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여론 조사의 결과를 보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 교육 문제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하루가 다르게 부모들의 품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기초 소양과 교육을 받아야 할 초등학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해외 교육 기관을 찾아서 떠나고 있는 공교육의 붕괴 현상을 바라보면서 정치인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초등 교육뿐 아니라 중등 교육, 고등 교육 모든 교육 현장에서 교육이 공동화(空洞化)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교육 위기를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최근 정부는 이 나라 내일의 꿈이요 희망인 어린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고 수조에 달하는 돈을 풀겠다고 하지만 국민의 자식들에 대한 교육 환경의 진정한 개선 없이는 산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국민에게 밝은 내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정치를 펼쳐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구예술대학교 총장 이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