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진협 합격점수 오판 고3 대입 실패 크게 늘어
"대구진학지도협의회의 배치기준표 점수에서 10~20점을 높여 경북대에 지원했는 데도 불합격한 학생이 부지기수입니다. 사설학원들이 점수를 너무 높게 잡은 탓이라고 하지만 당장 학부모들의 항의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대구의 한 고교 3년 담당 교사는 이번 설 연휴를 거꾸로 보냈다고 했다. 예년 같으면 대학 합격을 감사하는 제자들의 전화가 잇따랐을 시기인데, 올해는 불합격한 제자들을 달래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것.
대입 정시모집 지원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배치기준표가 대학별 전형 다양화, 근거자료 부족 등으로 갈수록 신뢰도를 잃는 데다 입시기관마다 마구잡이로 양산해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높다.
올해 경우, 대구 고교들이 가장 신뢰하는 대구진학지도협의회(이하 대구진협)의 배치기준표 점수가 경북대에서만 30점 이상(750점 만점 기준)까지 사설학원들보다 낮게 잡히는 등 객관성을 잃어 대구 고3생들의 합격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
실제로 올해 경북대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대구출신 학생의 비율은 지난해 71.1%에서 58.2%로 감소했고 고3생 점유율도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반면 다른 배치기준표를 활용한 재수생과 부산·울산·경남 출신은 각각 10%포인트 이상씩 높아졌다.
대구진협 관계자는"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수도권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싼 지방 국립대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 데다 부산·경남권 지원자가 60% 이상 늘어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대학·학과를 수능 점수만으로 서열화하는 배치기준표는 수험생 점수분포 미공개, 대학별 전형 다양화 등으로 수년 전부터 근거를 잃은 데다 2005학년도 이후 선택과목 확대, 대학별 고사 강화 등에 따라 실제 입시 결과와 동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대학별 최상위 학과나 모집인원이 많은 학과 등은 수험생들의 지원경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경쟁률 하락이나 미달사태를 부르는 부작용도 해마다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육당국이 수험생들의 전공 선호도와 대학·학과별 취업·사회진출 유망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유형의 대학 지원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금처럼 수험생들의 지원잣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맞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만인 식의 배치기준표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며 "시·도 교육청이 대학과 협조해 보다 합리적인 대학 선택 기준을 만들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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