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Travel라이프]-(3)와이토모 동굴·케이프 레잉어

입력 2006-02-01 10: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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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짐을 챙겨 와이토모 동굴로 향했다. 동굴 내부관광은 트레킹과 보트관광으로 이뤄져 매 회마다 입장인원이 제한된다. 맨 마지막으로 동굴에 들어가니 육중한 철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입구는 좁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지더니 마치 궁전의 연회장과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온다.

가이드가 비추는 라이트 방향을 따라가니 천장에 반딧불이 한 마리가 보인다. 잠시 후 보트를 타고 어두컴컴하고 습한 동굴내부의 강을 따라가다 보니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빛을 내고 있다. 모두들 무언가에 홀린 듯 침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루아페후산의 거친 느낌과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감동이 느껴진다.

와이토모 동굴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향했다. 이틀 동안 계속 내리는 폭우와 가끔씩 쏟아지는 우박을 헤치며 처음 출발지인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하루 정도 푹 쉬고 싶었으나 이제 겨우 오클랜드 남쪽을 돌아봤을 뿐 아직 남은 일정이 많아 강행군을 하기로 했다.

이제 뉴질랜드 최북단 '케이프 레잉어'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굴린다. 동쪽 해안도로와 비슷한 경사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게다가 매일 수차례씩 쏟아지는 소나기와 맞바람을 헤치고 열심히 페달질을 하는 내 모습에 연민이 느껴졌는지 맞은편에서 오던 경찰이 목적지까지 태워주겠다고 하기도 했다.

드디어 북섬 최대의 삼림지대인 '와이포우아 포레스트'에 도착했다. 웅장함 그 자체, 현존하는 인류 최고·최대 거목 '카우리 나무'를 보게 됐다. '타네 마후투아(Tane Mahutua)'라는 이름이 붙은 이 나무는 '숲의 아버지'라 불린다. 밑둥치 13.8m, 기둥 높이 17.7m, 전체높이는 31.5m에 이르고 수령이 2천 년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카우리 나무는 '고대 카우리 왕국'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카우리 나무를 이용한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는 곳으로 상점 내부의 중앙에 거대한 카우리 나무가 있고 그 나무 내부를 파내어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때문에 비록 기념품 판매점이기는 하나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투어차량을 이용하면 당일코스로 90마일 비치와 자이언트 모래언덕, 케이프 레잉어 3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자전거로는 3일 정도 소요되며 날씨도 좋지않아 고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자전거가 나의 주요 교통수단인 만큼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이런 고집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다행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예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케이프 레잉어로 향하는 비포장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서쪽 해안의 '자이언트 모래언덕'을 들렀는데 거대한 규모의 대자연 앞에 넋이 빠질 정도였다. 50도가 넘는 경사도의 거대한 모래언덕을 관광객들이 눈썰매처럼 생긴 샌드보트(모래썰매)를 타고 시원스레 아래로 직활강했다. 온몸을 이용해 굴러 내려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비포장길로 접어든 지 36km가 지나서야 드디어 뉴질랜드의 최북단인 케이프 레잉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원주민 '마오리'의 영혼이 시작된다는 전설을 간직한 케이프 레잉어. 땅의 끝에 외롭게 서 있는 하얀 등대. 평범한 모양의 등대지만 최북단에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감탄사를 내고 등대를 배경으로 추억을 담아간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테즈만 해와 태평양이 만나는 풍경이나 맑은 날씨의 화사한 등대를 보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약간의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김정문(31·자전거타기운동연합 대구본부 교육팀장)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현존하는 인류 최고·최대 거목 카우리 나무 2. 고대 카우리 왕국의 내부 모습. 카우리 나무 기둥을 그대로 이용하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3. '30마일 비치' 끝에 위치한 '자이언트 모래언덕'. 가도가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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