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설 풍경은 어때요

입력 2006-01-31 11:15:25

설 풍경도 세월만큼이나 변하고 있다.결혼 2년차인 새내기 주부 허은숙(30·대구 만촌동) 씨는 이번 설 연휴 때 시부모와 큰댁 식구 등과 함께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허씨는 "명절에 주부들은 음식 만드느라 주방에만 있고, 쉴 틈도 없이 설거지를 해야 하는 등 설을 중노동의 날로 여겨왔다"며 "명절 때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설 풍속으로 정착됐으면 한다"고 했다.

3남 2녀 중 둘째 며느리인 김인숙(37·경산) 씨는 이번 설에 제사를 일찌감치 끝내고 동서들과 함께 동네 찜질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모두 시부모와 남성들에게 맡겨둔 채 '휴가지(?)'로 떠난 것.

김씨는 "뜨끈뜨끈한 황토방에서 허리를 지지고 한숨 자고 났더니 전날 설 음식을 만드느라 쑤시던 몸이 개운해졌다"고 했다.

직장인 유상열(44·대구 태전동) 씨는 올 설 음식을 모두 배달시켜 차례를 지냈다. 매번 명절만 되면 음식 장만하느라 힘들어 그 후유증이 오래 가는 아내를 위해서다. 유씨는 "처음엔 조상께 올리는 음식인데 정성이 부족하다고 반대하던 어머니도 배달 음식을 본 뒤 괜찮아하셨다"며 "맞춤 주문 형식이라 버리는 음식도 적어지고, 특히 편리해서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올 설휴는 '디지털 귀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귀향객들이 도로에서 휴대전화를 이용,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챙기면서 교통대란이 우려됐던 고향길이 뻥 뚫리게 된 것.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동안 도로공사 홈페이지 하루 방문자 수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25%가량 늘었으며, ARS서비스 이용자 수도 세 배 이상 늘어난 26만 건이나 됐다.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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