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밑 영천 군부대 복면 괴한

입력 2006-01-31 11:19:52

…경보음 울리자 도주

설 밑 지역 군부대에서 탄약고 침입 미수 사건이 발생, 허술한 탄약고 관리와 군부대의 사건 은폐 의혹, 경찰과 공조체계 미흡 등 과거 군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육군 50사단은 지난 27일 오전 10시30분쯤 예하의 영천 모 부대 북편 외곽철책과 탄약고 철책 등 4군데가 뚫려 있는 것을 탄약고를 순찰하던 부대관계자가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육군은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체육복차림으로 복면을 한 범인이 이날 새벽 4시30분쯤 높이 2.5m의 부대 외곽철책에 가로 50㎝, 세로 70㎝의 구멍을 뚫고 들어와 탄약고 철책을 가로 20㎝, 세로 25㎝로 절단해 침입하려다 경보기가 울리자 그대로 달아났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하자 육군 50사단은 헌병대와 합동으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31일 오전까지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군은 범인이 새벽에 혼자서 조명기구도 없이 초병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침입한 점, 또 경보기가 울리자 순식간에 달아난 점 등으로 미뤄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탄약고는 외부 철책과는 15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으로 이 탄약고 좌우로 각각 50m 떨어진 곳에 고가초소가 설치돼있다. 또한 낮에는 근무를 서지않고 해가 지면 2명의 초병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출입구는 초소에서 볼 수가 없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상벨의 경우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소리가 나지만 압력이 사라지면 작동을 멈춰 초소병들이 비상벨을 듣지 못했다고 군은 밝혔다.

그러나 소음이 전혀 없는 새벽에 사건이 발생했지만 불과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초병이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한 점, 사건 발생 6시간이 지나서야 침입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육군 50사단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하루가 지난 28일 오후 외곽 철책선을 서둘러 복구하고 난 뒤 사건 발생을 알려 사건 축소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침입한 것으로 보아 경찰과의 수사공조가 필수인데도 군은 5일이 지난 31일 오전 9시30분에야 경찰에 합동수사본부 설치 등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수사진행 상황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군은 처음에는 이 탄약고에는 인마살상용이 아닌 교육훈련용 탄약만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M16실탄 3천600발과 칼빈탄, 교육용탄 등 7천여 발의 탄약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50사단 하승용 공보관은 "사고 인지 시간이 늦었지만 도난당한 탄약이 없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발표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천에서는 지난 2001년 초에도 북안면에 있는 탄약창에 괴한이 침입 철책선을 뚫고 근무중이던 초병을 폭행한 뒤 총기를 탈취당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범인이 버린 총기만 회수한 채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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