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감독이 일본에서 선수로 뛰었던 팀이 주니치 드레곤즈다. 주니치의 연고지는 바로 나고야(名古屋). 세이브를 따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한 선 감독의 그때 별명은 '나고야의 태양', '나고야의 수호신'이어서 나고야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도시이기도 하다.
나고야의 인구는 220여만 명으로 대구(252만여 명)와 엇비슷하다. 한 때 도시 인구 규모에서 전국 3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똑같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나고야는 도쿄 옆에 있는 요코하마에 추월당해 인구 규모에서 전국 3위 자리를 내줬고, 대구는 서울 옆에 있는 인천에 뒤처지고 말았다. 수도권 비대화에 따른 '아픔'을 같이 맛본 셈이다.
도시 인구는 물론 지리적 여건에서도 나고야와 대구는 공통점이 있다. 나고야는 일본의 1, 2위 지역인 도쿄권 및 오사카권의 지리적 중간 위치에 있어 서울, 부산 사이에 있는 대구와 유사하다. 양쪽에서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는 거대 도시에 맞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나고야와 대구의 '숙명'이란 얘기다.
나고야가 한때 처했던 위기도 대구와 일맥상통한다. 1964년 고속철 신칸센 개통 이후 사람과 돈이 도쿄 등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나고야는 도시 위상이 추락했다. 섬유업 등 제조업이 생명이던 나고야의 공장들도 외지로 훌쩍 떠나거나 문을 닫아 버렸다. 대구 역시 KTX 개통 이후 서울로 쇼핑을 가거나 수도권의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때 대구를 대표하던 제조업체들도 대구를 등졌고, 그 자리엔 아파트만 마구잡이로 들어섰다. 최근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개통으로 대구가 부산에 흡수당하는 '빨대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나고야의 모습은 대구와는 전혀 다르다. '몸으로' 만드는 생산에서 '머리로' 만드는 생산으로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도시내부 혁신, 개방화를 통해 나고야는 활기를 되찾았다. 인근에 도요타자동차가 있는 점을 활용해 자동차 연관 산업을 발전시켰고, 세계박람회 등 국제적 이벤트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도시 인구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위기를 딛고,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나고야에서 대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도시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야만 도시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고야 경우 지방정부는 산업에 대한 체질개선에 앞장섰고, 시민들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경제계와 대학 등 모든 주체들이 힘을 보탰다.
다시 대구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에 비례해 대구경북경제통합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나고야처럼 대구도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모든 주체들이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이대현 사회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