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초등학교 2학년인 남자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다 자주 맞고 들어옵니다. 누가 그랬냐고 다그쳐도 대답을 잘 안 하고, 맞지 않으려면 태권도를 배우라고 해도 싫어합니다. 커가면서 더 맞고 다니지나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답 : 자녀가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대부분의 엄마가 먼저 느끼는 감정은 분노입니다. 아이가 맞은 것이 마치 내가 맞은 것처럼 느껴지면서 상대방에 대해 화가 나는 한편으로 내 아이는 왜 이럴까 하는 짜증이 치밀어 오릅니다. 누가 그랬느냐, 어쩌다가 얼마나 맞았느냐고 추궁하다가 결국 너는 왜 그 모양이냐, 한 대 맞으면 한 대 때려야지, 너는 바보냐 하는 식으로 못할 말까지 하게 됩니다.
맞았다는 사실 자체에 엄마가 집착하는 데서 비롯되는 일입니다. 어떤 상황의 배경이나 원인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이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데 우리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곰곰이 따져보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우선은 자녀의 성격적 측면을 분석해봐야 합니다.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성격은 아닌지, 힘은 모자라지 않지만 남을 아프게 하기보다 내가 아픈 걸 마음 편하게 여기는 건 아닌지 살펴보십시오. 맞을 때의 상황을 들어보고 당시에 자녀의 내면 상태가 안정적이었는지, 불안감에 싸여 있었는지 판단해 보십시오. 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가도 들어 보십시오.
이런 성격적 특성과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실제 아이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생각해야 합니다. 가령 맞는데 대한 불안감 자체를 감당 못하는 아이에게 가서 싸우라고 하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맞는 것이 억울하다고, 이제부터는 맞서라고 하는 것은 엄마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예컨대 어른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일단 피하라고 할 일을 아이에게는 맞서라고 하는 게 옳은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판단 능력이 있고 현실을 이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존중해줘야 합니다. 닥쳐오는 폭력에 맞서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냐, 피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도 아이의 판단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합니다.
대화를 나눌 때도 아이의 입장과 생각, 행동의 원인과 과정을 먼저 충분히 듣고 토론해야 합니다. 결과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는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대책을 찾는 것도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성장하면서 폭력을 당하는 횟수나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입니다. 대개 폭력을 당한 초기에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데서 비롯됩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들을 때 항상 아이 편을 들어주는 자세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를 나눈 결과 지금의 상황이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부모가 나서야 할 일입니다. 이때도 자녀의 동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개입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학교를 방문하거나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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