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 여전…새 인물 기대감
선거의 해인 올해 설 민심은 어땠을까?
매일신문이 설 연휴 대구·경북민들을 대상으로 설 민심을 취재한 결과, 말 그대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최대 화두였다. 하지만 극도의 정치 불신, 지방선거를 통해 뽑힐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 먹고사는 문제 등이 지역민들 마음 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 민심을 들었다.
◆정치불신 여전="기름값이며 학비 등은 무섭게 오르는데, 경기는 가라앉기만 하고, 월급 오를 기미도 안보인다고들 하고…. 다들 올 한해는 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만 얘기했습니다. 정치얘기요? 한결같이 '그 얘기는 하지 말자'고들 합디다."
이길수(40·포항 용흥동) 씨는 "서민들은 죽겠다고 난리다. 사학법이나 개각 등 살림살이와는 관계없는 일로 싸움만 하는 정치권에는 미련도 관심도 없다"면서 "이런 생각에는 친척이나 친구들 중 몇몇을 빼고는 다들 비슷했다"고 전했다.
전남 광양에서 설을 쇠러 온 이모(41·포항 지곡동) 씨는 "그쪽(호남)이라고 다를 게 없다"면서 "민생과 민심을 외면한 정치인들의 설 자리는 없어보인다"고도 했다.
◆먹고사는 문제뿐=대외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포항 공단업체 간부 박모(45) 씨는 "보통 설밑이면 단골 식당 등지에서 양말 한 켤레라도 돌리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긴축경영으로 거래가 뜸해서인지 인사전화 한 통 없더라"면서 "경기가 이 지경이니 모두가 어떻게 살지에 대한 걱정뿐이었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국회의원들도 갈수록 악화되는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지역민의 근심을 전했다. 특히 "지난해 한가위 때까지는 장터의 실물경제를 들며 형편없이 악화된 경제 사정에 불만을 토로했던 지역민들이 이제 정부 실정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으로 타격을 입은 구미 출신인 한나라당 김태환(구미을) 의원은 "지방균형 발전을 주장하던 정부가 특정 지역 밀어주기를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그 불이익을 경북이 받고 있다"며 "구미를 고사시키는 정부의 실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장윤석(영주) 의원은 혁신도시 유치 무산과 관련된 민심 이반 현상을 전했다. 경북 북부권은 경북에서도 낙후돼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공공기관 이전지가 경북 중부권으로 확정돼 북부권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로 타격을 받은 서문시장 상인들은 더욱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화재를 당하지 않은 지구의 상인들도 "이번 설 기간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 된다"며 꽁꽁 얼어붙은 지역의 실물경기에 혀를 내둘렀다.
◆"깨끗한 일꾼 뽑자"=29일 문경 산양, 산북, 동로 등지의 합동세배 현장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은 "문경은 폐광으로 타 지역보다 더욱 어려운 만큼, 지방선거에서 좋은 일꾼을 선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차기 대구시장의 경우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시장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이명규(대구 북갑) 의원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시장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기초의원도 공천을 하다보니까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긍정적인 기대가 교차했다"고 민심을 전했다. 곽성문(대구 중·남구) 의원은 "대구시장보다는 시민들과 바로 접하는 구의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더라"고 했다.
또 영천시 고향 집에 모인 차영진(47·경산시)·영석(45·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 형제는 "선거법이 강화된 덕분인지 선거가 코 앞에 닥쳤지만 '밥 사겠다'는 권유가 없다"며 "우리나라 선거도 이제 깨끗해지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반겼다.
박홍준(58·포항시) 씨 가족들 역시 4년 전과도 판이하게 다르다고 했다. 박씨는 "마을 잔치에 찾아오는 동네 출마희망자들을 구경하기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설이라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던 모습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제 술 한 잔으로 표를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한나라 자성해야"=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잖았다.김재원(군위·의성·청송) 의원은 지역민의 설 민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경환(경산·청도) 의원도 최근 설 연휴 전까지 이어진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폭발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학법 하나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놓치는 것 아니냐? 다른 것도 하면서 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았다"고 했다.
정치·사회1·2부
사진: 설을 맞아 대구 혁신도시 예정지 인근인 동구 내곡동의 서해열 씨 일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혁신도시 건설 등을 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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