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출산 보조금의 실효성

입력 2006-01-31 10:26:53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달 중순 '희망 한국 21'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0년까지 5년 동안 19조3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역은 2월부터 출범하는 '저출산 고령 사회 정책 본부'에서 결정하겠지만 일단 예산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만 볼 때에 거의 10조 원에 가까운 돈이 육아 및 교육비 보조금 등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자녀들을 키우는 비용을 정부가 보조해 주면 국민이 좀 더 많이 아이들을 낳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19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고령화 사회로의 진행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2026년경에 인구 전체의 2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고령 인구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지고 전반적인 경제 성장 잠재력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정책은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10조 원이 많아 보이는 돈이지만 국민 개개인들에게 나눠질 경우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보조금은 그 성격상 지나치게 많이 줄 경우 특혜 시비가 있기 때문에 몰아줄 수 없다. 많아 봤자 한 달에 몇 십만 원을 넘기 힘들 것이다. 보조금을 받아 생활에 조금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이 돈 때문에 아이를 더 낳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될 여성들이 얼마나 될까.

이곳 싱가포르도 출산 장려금 제도를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다. 리콴유 전임 총리의 아이디어였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인구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위기 의식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저출산 추세로 접어든 데다가 학력이 높은 여성일수록 아이들을 적게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출산 장려금 제도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내각에서는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리 총리의 부인 콰객추 여사는 처음부터 냉소적이었다. 콰 여사는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전신인 라플지 칼리지를 동기생이었던 리 총리를 누르고 수석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 법과대학도 수석 졸업한 인텔리이다. 콰 여사는 경제 능력이 있고 사회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정부에서 돈 조금 더 준다고 아이를 더 낳겠느냐고 말했다. 더 나아가 사회 활동하려고 하는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출산 장려금을 줬기 때문에 인구가 늘어났다는 증거는 없다. 그동안의 인구 증가는 대부분 이민 때문이다. 1990년에 300만 명에 불과하던 싱가포르 인구는 현재 430만 명에 달한다. 매년 10만 명가량의 이민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싱가포르식 방법을 고려해 보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저출산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노령 인구 대비 경제 활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노령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준인 노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대폭 삭감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 활동 인구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출산 장려금을 통해 지금부터 아이들을 더 낳도록 하는 것은 돈도 많이 들 뿐더러 실효성도 대단히 의심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을 외국에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돈도 들이지 않고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제가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기 때문에 문호만 열리면 한국에 와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능력 있는 외국인들은 충분히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민 정책을 사용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의 실업 문제이다. 우리 국민 일자리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외국인들을 더 들여오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면 사회 통합이 저해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방안이다. 국제화된 사회를 지향하는 데 내외국인을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일하지 않고 실업 급여만 타먹는 사람들을 일자리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일자리는 경제 성장률을 높여 더 많이 만들어 내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정석이다.

신장섭/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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