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6-01-31 09:45:01

아직도 고향에는 등기된 집 한 채 있다

아버지가 애써 일군 집

어머니가 금비녀처럼 아끼시던 집

오남매 꿈이 영글어 피어난 외딴집

썩어가는 기둥에 녹슨 못

거미줄이 애써 감싸고

몸통 드러낸 주춧돌이

잡초에 매달린 채 힘겨워 하며

찢어진 양철지붕 빗물 막으려 용쓰다 뒤집혀

바람에도 겁나 떨고 있다

그을린 정지문 붙잡고 의지하는

뒤뜰 가죽나무의 무성한 잎사귀

주인 없이 지켜온 텅빈 마음의

십 년 상처 다독이고 있다

점점 넓혀가는 타성받이 틈에 끼어

그래도 가끔이면 가 보고 싶은 빈집

공영구 '빈집'

고향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각인되어 있다. 그 추억을 통해 도시적 삶에서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고 위안을 받는다. 또한 반인간적 도시적 삶을 반성하고 용서와 화해를 구한다. 그래서 고향은 우리들의 변함없는 안식처로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고향의 집마저 등기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썩어가는 기둥에 녹슨 못/ 거미줄이 애써 감싸고/ 몸통 드러낸 주춧돌이/ 잡초에 매달린 채'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고향은 우리들의 오염된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영원한 성지(聖地)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지난 설 연휴 동안 우리들은 고향으로 끝없이 달려간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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