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나는 실로 오랜만에 대중 목욕탕엘 갔다. 지난 두 달가량 사흘에 한 번 정도 집에서 샤워하는 걸로 모든 피부위생을 해결해 온 터였다. 원고 마무리 작업으로 며칠 밤을 새다시피 지낸 끝이라 몸 어느 한 구석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잡지사에 전송하기 전에 원고의 발복을 비는 마음에서 목욕재계하리라는 명분에 그러한 몸의 컨디션이 보태져 생겨난 결정은 전에 없이 때밀이 서비스를 받는 것이었다. 원고료 수입이 생기면 최소한 십일조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쓴다는 신조에 따르자면 예상가용금액이 3만 원 정도로서 그 절반에 해당하는 때밀이 수고비는 사실 좀 과용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수술대 위의 환자마냥 플라스틱 평상에 누워, 때 밀 준비를 하는 아주머니의 등을 쳐다보니 등판 가득히 부항을 뜬 자국들이 붉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세상에, 이 일이 얼마나 고되면 저렇게까지! 저이의 중노동에 비하면 1만5천 원이란 수고비는 결코 비싼 게 아니야.'
이렇게 생각을 고쳐먹은 나는 좀 거칠다 싶게 밀어 대는 아주머니의 손길에 살갗이 따가웠지만 황감한 마음으로 찍소리 않고 몸을 맡겼다. 그런데 어깨 부분에 이르러서 너무 세게 밀어 대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자 아주머니가 물었다.
"손님, 오십견이라도 있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하는 일이 좀 그래서 만성 견비통이에요."
"뭔 일을 하시는데요?"
"저어……그게, 저……글 쓰는 일 하거든요."
대꾸도 없이 다른 부위로 옮겨가 때를 밀며 아주머니는 타이르듯 말했다.
"아이고, 건피가 엄청 밀리네요. 마사지도 좀 하고, 그러시지……"
"마사지는 얼만데요?"
"뭐 종류별로 다른데, 기본이 5만 원이지요. 단골로 다니시면 4만 원에도 해 드리고."
"마사지 받는 사람 많아요, 요새? 경제도 어려운데……"
"이전만 못하지요. 그래도 하루에 서넛은 받아요."
나는 잠시 모종의 수학에 정신을 팔았다. 그 '목욕관리사'의 어림잡은 하루 평균 수입이 지난 두달간 나 자신이 노동한 대가로 받게 될 원고료 수입의 육십분지 일과 비교하여 얼마만큼 차이가 나는지를 가늠해 보니 너무 엄청나서 믿어지질 않아 자꾸만 속셈을 거듭했다. 몸을 뒤집으라는 요구에 불편한 어깨를 힘겹게 돌려 눕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우리같이 일하는 여자들보다 손님같이 취미 활동이나 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픈 데가 더 많아요이!"
구자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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