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기다렸다, 극장가 대작들의 선물

입력 2006-01-27 11:55:18

다양한 장르 관객들 유혹

이번 설 연휴, 영화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영화계는 저마다 다른 장르의 영화를 내세워 설 대목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올해 설은 주말을 끼고 있어 예년만큼의 관객몰이는 힘들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연휴는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

특히 이번 설 극장가는 사극, 판타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포진해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무극'이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할 예정이어서, 최근 개봉한 '투사부일체', 여전히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왕의 남자'와 함께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 무극, 한국에서도 통할까

설날 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무극'. '패왕별희'의 첸카이거 감독이 세계 시장을 노리고 만든 작품으로, 장동건 외 일본의 사나다 히로유키, 중국의 장바이즈 등이 주연을 맡았다. 운명이 적혀 있는 책 '무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 배신 등을 그린 작품으로, 장동건은 극중 '빛보다 빠른 노예'로 출연해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무극'은 이미 12월 중순 중국에서 개봉해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했고 제63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도 진출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장동건을 내세워 개봉했던 블록버스터 영화 '태풍'이 흥행에 어이없이 실패하면서 '무극'이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느와르 대격돌

이달 중순 개봉한 '야수', '홀리데이'는 강한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야수'는 진흙탕 같은 어둠의 세계를 나뒹구는 거친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냉철한 엘리트 검사 오진우(유지태)와 행동파 형사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불 같은 성격의 형사 장도영(권상우)이 주인공. 이 둘은 각기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두 사건 모두 구룡파 보스 유강진(손병호)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 팀을 이뤄 쫓고 쫓기게 된다.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 실화를 다루고 있는 '홀리데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198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지강헌 역은 강인한 체력훈련으로 몸을 만든 배우 이성재가, 그를 괴롭히는 악질 교도관은 최민수가 각각 맡아 열연한다.

◇ 부드러운 감성, 코믹과 멜로

두사부일체 2탄 '투사부일체'가 19일 개봉 첫 주말 전국관객 166만 명을 불러모으면서 새로운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태풍'과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은 역대 개봉 스코어 3위의 기록이며, 설 연휴 흥행 기록을 이어간다면 350만 명이 들었던 전편 '두사부일체' 기록을 쉽게 깰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두목의 명령으로 다시 대학에 들어간 두식. 두식은 사범대학에 들어가고 고등학교 교생으로 돌아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목 김상중을 만난다는 내용에서 출발한다. 윤리교생으로 돌아온 두식과 학급의 반장이 된 두목 김상중, 그리고 입시를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중심인 '투사부일체'는 전편에 등장했던 주·조연들인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 모두 다시 등장한다.

또 설경구·송윤아 주연의 멜로 영화 '사랑을 놓치다'가 지난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멜로 영화 계보를 잇고 있다. 우재(설경구)에 대한 연수(송윤아)의 10년에 걸친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엮어나간 이 영화는 극적인 갈등도, 사건도 없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것이 미덕이다. '마파도'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추상민 감독의 자전적 영화 '사랑을 놓치다'가 지난해 말 몰아닥친 멜로 영화 붐을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힘을 빼고 담백해진 설경구와 송윤아의 연기변신도 관심을 끌고 있다.

◇ 가족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로는 '투 브라더스', '치킨 리틀'이 개봉한 상태다.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한 실사영화 '투 브라더스'는 말 그대로 호랑이가 주연이다. 프랑스 감독 장 자크 아노는 연기를 펼칠 호랑이를 찾기 위해 프랑스, 태국, 인도 등을 돌며 40여 마리의 호랑이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 어린 시절과 성장 후 모습을 연기할 총 22마리의 호랑이를 선발해 호랑이들의 실감나는 표정을 여과없이 스크린에 옮겨놨다.

말 못하는 호랑이들이 눈빛과 울음소리만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애틋함을 표현하고 있어 더욱 실감난다. '치킨 리틀'은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가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자체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작고 무시당하던 꼬마닭 치킨리틀이 지구를 구하고 영웅이 된다는 설정으로, 디즈니 영화답게 귀여운 캐릭터, 다양한 조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