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전충훈 대구락밴드연대 공동대표

입력 2006-01-27 09:05:38

"록음악의 생산자로서 사회성을 함께 띤 록 뮤지션을 배출하고 기형적으로 형성된 대중문화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전충훈(31) 대구락밴드연대(이하 락밴드연대) 공동대표가 말하는 대구락밴드연대 출범 취지다. 락밴드연대가 공식 출범한 지난해 3월 참가인들의 의지는 필사에 가까웠다. 당시 지역의 록음악은 생존의 위기를 느낄 정도였다.

극심한 경기불황에다 록 공연 인프라의 부족, 록밴드에 대한 일반인들의 냉대가 겹치면서 클럽도 줄고 밴드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할 만한 장소도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면 공연비로 10만 원 주는 곳도 수두룩했고요. 사람들은 록밴드하면 '동아리 아님 동호회' 정도로 취급해 버렸지요. 사회적 지위가 말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락밴드연대 출범의 시작이었다. 당시 아프리카·제임스·십이지·크랙·포갓 등의 지역 밴드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2000년대 초와 같이 대구록의 중흥기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오고갔다. 전씨는 "밴드 매니저들끼리 계모임이나 하자던 것이 판이 커진 셈이죠"라고 말했다.

'한번 해보자'는 맘이 모이자 지역 밴드 이외에도 락신(대전), 신디케이트(부산), 도프(광주) 등의 타지역 밴드들도 특별회원이 돼 힘을 보탰다. 클럽 주인은 장소를 내주었다. 대표적인 록음악 전문지 '월간 핫뮤직'의 이영복 대표, 한국 헤비메탈계의 상징 '블랙신드롬'의 기타주자 김재만, '블랙홀'의 기타리스트 주상균, 백진우 대구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힘이 모이자 일할 맛이 났다. 락밴드연대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사람들에게 '록음악이란 이런 것이다'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던 게릴라 콘서트를 정례화하는 것이었다. 출발이 좋았다. 2·28공원에서 장소를 협조하기로 했던 것. SK텔레콤 측에선 제작비와 함께 홍보를 도와주기로 했다.

전씨는 "'이런게 시너지의 힘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며 그때의 느낌을 얘기했다. 매주 첫째주 토요일 거리공연을 계속할수록 사람들의 반응도 바뀌었다. 중고생들 위주에서 20, 30대로 관객들이 늘어났고 남자 팬들도 많이 생겨났다. "거리공연은 음반제작부터 발표, 공연, 팬들의 반응을 살피는 채널로서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람들이 록음악을, 그리고 지역 록밴드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에 저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진 록 뮤지션들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는 분들이 많더군요. 서울 공연에서도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만큼 전국적인 기반을 다진 거죠." 전씨의 설명은 이어졌다.

좋은 소식도 계속 들려왔다. 얼마 전 쇼케이스가 열린 제임스 2집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인디레이블지원사업에 선정돼 자금 지원을 받았다. 아프리카도 한 메이저 연예기획사와 계약논의가 오가고 있는 중이다. 제임스는 일본 진출도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전씨는 이와 같은 희망적인 환경에 대해 "이제 지역의 록음악도 기반을 확실히 닦은 것 같습니다. 2, 3년이 지나면 밴드들도 많이 생기고 공연 환경도 개선되겠죠. 음악시장도 함께 커진다면 지역에서도 확실한 '록 신'이 생겨날 거라 믿습니다."라고 확신했다.

"록음악은 많은 대중음악의 근간이 되면서 다른 장르에 많은 영감을 주는 음악입니다. 그룹 너바나로 인해 미국 대중음악계의 오지였던 시애틀을 대표하는 '시애틀 사운드'가 생겼습니다. 대구에서도 대중매체에서 지역 록밴드의 음악에 일정시간을 할애하고, 시민들과 이벤트업계에서 인식을 바꾸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준다면 '대구 사운드'가 생기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전씨는 "지역에서도 록음악을 대표하는 스타만들기가 가능하다."며 지역 록밴드들의 활동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며 말을 맺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 : 록음악 부흥을 위해 지난해 3월 결성된 '대구락밴드연대'는 지역에서 '록 신(Rock Scene)'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충훈 공동대표(왼쪽)와 연습 중인 제임스·로드19 멤버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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