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참여 개혁을 내세우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끝마무리 와 있다. 차기 정부를 계승할 후계자와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누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누구든 간에, 대권을 꿈꾸는 이들은 유권자들의 민심을 자신들의 표로 만들기 위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임기 동안 개혁의 성과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원하는 것은 당연지사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권주자들은 인기 있는 상품들을 가능하면 많이 쏟아 놓으려는 것이 관례적인 선거전략이기도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에서, 유권자들에게는 지금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권주자들은 국민들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법이 어느 부분에 더 필요한지, 어느 부분이 보완되어야 할지, 그리고 좋은 법이 있지만 전혀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법을 바꾸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빈번하다. 특히 노동법에 있어서는 더욱 심하다.
한국에는 노사관계 전문연구기관들이 있다. 이 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물들은 과학적인 분석과 전문가들의 심사숙고를 거쳐 건의사항으로 정부에 제출된다. 이 건의사항들을 포함한 연구결과는 종종 정부가 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되곤 한다.
법이란 시민생활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별히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노동법을 제정하고 오래전 것을 수정보완하는 일이 정부 이미지를 위해서는 긍정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를 위해 필요한지를 모를 때는 완전히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는 정치인들의 시간낭비, 연구자들의 시간낭비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그릇된 희망을 가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아주 효과적인 정부라는 잘못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악법보다 더 쓸모없는 법이 되기 때문이다. 집행도 하지 않을 법을 만든다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법을 제정만 해 놓고 제대로 실행하지 않을 때 사회 전체의 법적시스템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훌륭한 근로기준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노동법은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해 왔다. 군부독재시절 이 법률들이 준수되지 않았던 이유가 정부와 기업의 공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한국노동법이 그동안 얼마나 유명무실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는 마지막 임기 전에 기존의 노동법이 올바로 시행되도록 하여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상대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황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대권주자들은 다음과 같은 공약으로 노무현 정부가 살피지 못한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첫째, 현재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모든 노동법을 법대로 시행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올바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립 서비스가 아니라 법이 보장되는 것을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지혜로운 원칙을 정해 황금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 원칙이란 이미 제정된 기존의 법률들이 제대로 시행되기 전까지는 더 이상 법을 새로 제정하지 않는 것이다. 황금의 기회는 용기 있는 대권주자들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행동으로 옮길 때 자신들의 것이 된다. 역사적으로 후진국들은 선진국들의 사회, 경제와 정치적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적절한 정책들을 스스로 도입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내 실현하지 못하면 차기정부라도 한국이 모델이 되어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예로, 최근 영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30년 전 영국 국회에서 제정된 노동법의 집행이 실패로 나타났다. 1975년, 남녀 차별 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했다. 하지만 영국 기업들은 이 법을 외면했고, 불법노동행위에 아무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영국을 비롯해 많은 선진국들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국 스스로 표준을 만들어 스스로 기준이 되도록 하는 황금의 기회를 만들어야한다.
전순옥(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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