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농촌체험-(4)호텔과 콘도는 잊어버려라(상)

입력 2006-01-26 09:39:36

탈 만들며 땀 뻘뻘…두부 만들며 생각 쑥쑥

들녘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캐다가 허리를 펴 바라보는 청량산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용틀임하듯 흘러가는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회룡포의 누런 들판은 숨을 멎게 한다.

하지만 더욱 소중한 것은 검게 그을린 이마에 흘러내리는 소박한 농부의 굵은 땀방울일 터. 매일신문이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하는 '독자 농촌체험-가자! 생명의 땅으로'에 참여하는 20개 마을을 미리 가봤다.

■청송 월외리마을

'달기'라는 옛 마을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월외리는 유명 관광지인 주왕산 달기약수터가 있는 곳. 주변에는 달기폭포·달기계곡과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주산지 등의 명소가 많다. 특히 지난 95년 폐교한 월외초교를 개조, 97년 문을 연 '허브농원'은 피라미드 황토방과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로 체험가족들에게 큰 인기. 주요 체험행사는 손두부만들기, 프레스 플라워교실.

또 매년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수령 350년)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상제를 올려 잊혀가는 우리 전통을 음미할 수 있다. 주요 농산물은 고추·담배·콩.

■김천 평촌마을

이씨, 한씨, 박씨의 삼성(三姓)이 합심해 전답을 일구고 평평한 들에 마을을 만들었다는 평촌마을은 산과 물과 소박한 시골인심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수도산 단풍, 겨울에는 청암사 설경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뛰어난 경치뿐 아니라 계절마다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거리도 이 마을의 자랑. 어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비석치기'와 '전통 가마솥 찐빵 만들기' 등은 누구에게나 정겨운 경험이다. 2003년 문을 연 농경유물관도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농기구 4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어 훌륭한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의성 교촌마을

간혹 '치킨을 만드는 마을'이 아니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는 교촌마을은 '비안향교가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전형적 농촌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주요 특산물도 쌀, 참기름, 엿기름, 메밀묵 등이다.

특히 이 마을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교촌농촌체험학교'를 설립, 국내 농촌관광의 모범으로 꼽힌다. 단순한 소득 증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특색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즐비하다. 농작물 파종체험, 서당캠프, 리어카 면허증 따기, 들길 자전거 하이킹 등은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버린다.

■경주 세심마을

안강 자옥산 골짜기에 들어앉은 세심마을에서는 올곧은 선비정신이 느껴진다. 오랜 풍상에도 변치않고 그 자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옥산서원과 독락당이 있기 때문이다.

세심(洗心)이란 마을 이름도 '찾는 이들이 마음 닦음을 자연에서 저절로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표고버섯따기 등 농사체험뿐 아니라 현대인을 위한 기본 예절교육과 활쏘기 등 전통놀이체험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장작패기, 지게지기, 떡메치기 등 농촌의 일상 일거리를 놀이거리로 만든 '전통 헬스'도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

■안동 하회마을

택리지를 지은 이중환 선생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의 하나로 꼽은 하회마을은 설명이 필요없는 명승지. 마을을 둘러싼 낙동강과 백사장, 수백 개의 각양각색 장승이 서 있는 장승테마공원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뿌리깊은 전통이 잘 보존되고 있지만 들판을 가득 메운 비닐하우스에선 딸기·수박·식용 마·우엉 등 우수한 농산물을 연중 생산한다. 옛 것과 새 것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

별신굿놀이, 탈만들기, 장승깎기 등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배울거리도 빼놓을 수 없고 헛제사밥, 안동간고등어, 안동찜닭은 군침부터 삼키게 한다. 인근 병산서원도 꼭 들러봐야 할 볼거리.

■고령 개실마을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은 영남 사림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인 일선 김씨 집성촌. 350여 년간 전통을 이어오면서 민속자료 제62호 점필재 종택, 문화재자료 제111호 도연재 등 많은 문화재를 자랑한다.

또 흙담 마을 안길과 우물, 전통 한옥은 옛 고향의 모습 그대로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는 딸기와 일선 김씨 종가에 전승되는 한과가 마을 특산물이며 짚멍석짜기, 윷가락 만들기 및 윷놀이, 연날리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양전동 암각화, 주산성,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왕릉 전시관, 고아동 벽화고분 등이 있다.

■군위 황청리마을

달콤한 사과 향기가 넘치는 황청리마을은 팔공산을 사이에 두고 대구시와 연접하고 있지만 반딧불이가 살 정도로 청정지역이다. 황청리(黃淸里)란 마을 이름에서도 가을 단풍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이 절로 떠오른다.

부림 홍씨 집성촌이기도 한 이곳 인근에는 제2석굴암(삼존석불), 대율리 전통마을 등 문화재도 많다.

사과가 유명한 마을인 만큼 사과냉채, 사과동동주, 사과고추장, 사과장아찌 등 색다른 음식이 풍부하다. 체험프로그램도 사과 솎아내기, 잼만들기 등 사과 위주로 꾸며져 있는데 5월에는 만발한 사과꽃 따기 행사, 11월에는 사과따기가 열린다. 사과나무를 가족 이름으로 분양받을 수도 있다.

■문경 모싯골마을

주흘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모싯골마을은 농촌의 어메니티(amenity)가 고스란히 보존된 산간마을이다. 월악산, 속리산, 문경새재박물관이 가까운 데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최근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전설에 따르면 마을의 이름은 한 할아버지가 '주흘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막아 큰 못을 만들고 못 밑에 모시를 심으면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꿈을 꾸고 주민들이 이를 지켜 부자마을이 됐다는 데서 유래했다.

모싯골마을에서는 국화·복분자·오가피·더덕 등을 이용한 약주 만들기와 산나물 채취체험을 해볼 수 있다. 또 목공예만들기·벌꿀 뜨기 등도 가능하다. 첨성대를 본떠 만든 황토한증막은 특별한 즐거움.

■예천 회룡포마을

한 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회룡포마을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금천이 남쪽과 서쪽으로 흐른다. 덕분에 비옥한 농경지가 잘 형성돼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천년고찰 장안사와 '세금 내는 소나무' 석송령(천연기념물 294호), 봉수대 등의 많은 관광자원이 있고 회룡포를 바라볼 수 있는 비룡산에는 등산로가 잘 가꿔져 있다.

주민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 농촌마을로 특히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용궁진상미'가 유명하다. 주요 체험행사로는 과수 전지작업, 원두막 체험, 내성천 수영대회, 벼 탈곡체험, 은어잡기, 회룡포 사진촬영대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봉화 비나리마을

올 여름 아이들과 함께 진짜 낙동강 물맛(?)을 보려면 봉화 비나리마을을 찾아보자. 조그만 고무보트를 타고 급류를 헤치는 래프팅은 가족간의 사랑과 단합을 확인할 좋은 기회.

산촌마을답게 깨끗한 자연의 손길에서 자라는 고추, 대추, 잡곡 등 밭농사를 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심마니들이 다니는 심산유곡 오솔길 체험도 상쾌하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먹을거리는 징코민 토종닭백숙. 혈액순환을 돕는 징코민 사료를 쓴 닭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담백해 어른아이 모두 좋아한다. 도산서원, 청량산, 임업박물관 등이 인근에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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