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6-01-26 08:50:58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였던가

힘없이 무너지는구나

떨어질 길 위에 서 있어도

두려움 없던 청춘

뜨거운 숯불에 온몸을

씻었던 기억 하나로

세상을 용서하고 돌아가는 길

타박타박 등 굽은 여인 하나도

같이 따라간다

황영숙 '하현달'

태어남과 죽음이 판이한 세계가 아니다. 태어남 속에 죽음의 뿌리가 있고 죽음은 태어남의 근원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환체계다. 이렇게 볼 때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보름달도 하현달로 변하여 마침내 저물어간다. 이 절대적 자연 순환체계 앞에 우리도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돌아가는 길은 쓸쓸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모두는 얼마나 '힘없이 무너지'는 존재인가. 그러나 결코 절망하지 말자. 우리가 저물어 돌아가는 길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산도(産道)인 것을. 그래서 시인은 그 길을 '두려움 없던 청춘/ 뜨거운 숯불에 온몸을/ 씻었던 기억 하나로/ 세상을 용서하고 돌아가는 길'이라 노래하고 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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