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해금강·삼일포

입력 2006-01-25 11:15:04

산속의 일만이천봉, 바다가 궁금하셨군!

금강산 옥류관 앞에서 해금강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사실 거제 앞바다 위의 해금강과 비교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던 터였다. 소형버스 6대가 줄지어 눈 덮인 평야를 지난다. 너나 할 것 없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눈에 담으려 차창을 닦아보지만 서리는 또 다른 통제다. 200여m마다 빨간 깃발을 든 군인이 차려 자세로 서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이들은 차안에서 사진 찍는 사람을 찾아내 보고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했다.

눈 쌓인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달린 버스가 해금강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은 금강산 관광지 중에서도 통제가 가장 심한 곳. 휴전선과 가까워 북한의 군사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경만큼은 가히 금강이라 할 만하다. 금강산 개방코스인 만물상 코스 산 위에서 봤던 바위들이 어느새 이곳으로 내려왔나 싶을 정도다. 해송과 바위섬,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절경이다. 해변의 정자 앞쪽엔 '바다 만물상'이란 바위산 하나가 쭈뼛 솟아 있다. 그 뒤쪽으로 더 아름다운 기암절벽들이 또 다른 만물상인 양 솟아 있다. 하지만 군사시설이란 이유로 사진은 찍지 못한다. 아쉽지만 그저 눈으로만 풍경을 담아올 뿐이다.

이런 절경도 해안선을 따라 속초까지 이어져 있을 텐데…. 이곳에선 통일에 대한 아쉬움이 유달리 커진다. 그래도 금강산 오는 길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뱃길에서 육로관광으로 바뀐 것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변화일 터. 통일이 되면 반드시 해금강에서 육안으로도 보이는 통일전망대까지 해안선을 따라가 보겠다는 소망을 담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삼일포로 향한다. 소나무 숲길 사이사이로 바윗덩어리들이 예사롭지 않다. 10여 분 만에 오른 정자 위에서 내려다보는 삼일포는 온통 하얗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얼어붙은 호수를 뒤덮었다. 바람이 차다. 엉금엉금 산책로를 따라 호숫가로 내려선다. 예사롭지 않아 보이던 바위마다 선전문구가 가득하다. 관광객들에게 나뭇가지 하나 꺾지못하게 하는 엄격한 규제와 대비된다.

얼어붙은 호숫가에 단풍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역시 다른 관광코스와 마찬가지로 북한 접대원들이 외화벌이에 적극적이다. 입구에 농산물 위주의 판매대가 있고 단풍관에 들어서면 군고구마와 도루묵구이, 막걸리 등을 팔고 있다. 이곳 막걸리 맛이 유명하다는 가이드 말에 따라 도루묵구이 한 접시(7달러)와 빈대떡 한 접시(1달러), 막걸리 한 병(3달러)을 사들고 호수가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잡았다. 한국돈도 받지만 거스름돈은 달러로 내준다. 막걸리는 유달리 신맛이 강하다.

▲금강산에서 먹을거리

금강산의 비경 못지않게 꼭 맛봐야 할 것은 옥류관 냉면이다. 평양에 있는 옥류관의 유일한 분점으로 지난해 9월 초 문을 열었다. 평양 옥류관에서 조리사와 접대원들이 파견되어 평양의 맛을 그대로 전해준다.

이곳의 냉면은 물냉면이다. 북한엔 비빔냉면이 없다. 함흥냉면이 평양냉면과 차이 나는 것은 메밀가루를 쓰지않고 녹말가루를 쓰기 때문. 녹두지짐을 포함한 물냉면은 12달러, 쟁반냉면은 15달러.

▲금강산에서 즐길거리

금강산의 비경 못지않게 꼭 들러봐야 할 곳은 온정리 온천이다. 늘 40℃ 이상을 유지하는 온천수는 따로 끓이지 않는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노천탕에 들어앉아 세존봉 등 금강산의 산세를 느긋하게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한바탕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노천탕은 별천지다. 오전 11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1회 입욕에 어른 12달러.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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