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세 잎 클로버

입력 2006-01-25 11:34:19

며칠 전 큰 비극이 덮친 서울의 어느 가정도 '그놈의 돈' 때문이었다. 50대 어머니와 장애인 큰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목을 맸던 20대의 작은아들은 가까스로 구조됐다. 가장이 자살한 뒤 빚독촉에 시달려온 어머니가 더 이상 빚에 쫓기지 않아도 될 세상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한 데 따른 사건이었다. 졸지에 큰 범죄자가 된 작은아들의 유서에는 세상을 향한 원망이 비명처럼 터져나오고 있었다. "엄마와 형, 나의 소원은 돈 없는 세상으로 가는 거다… 돈 너무 싫어."

어쩌면 그 청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음울한 회색빛이며, 귀에는 빚독촉하는 소리만이 이명처럼 들려왔을 지도 모른다. 그 사건도 '돈'이란 이름의 괴물로부터 어머니와 형을 숨겨주고 싶은 소망 때문은 아니었을까.

대체 '돈'이 뭐기에'''. 어떤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이란 놈이 멀찍이 달아나 버린다. 하지만 어떤이는 느닷없이 돈벼락을 맞기도한다. 중국 베이징(北京) 근처 샹산(香山)에 이런 전설이 있다. 원래 이 근처엔 황무지 같은 산 하나와 집 한 채만이 있었다. 그 집에 한 일꾼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더럽고 깨진 돌 구유에다 돼지먹이를 주었다. 그런데 돼지들이 아무리 먹어도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동전을 넣어보니 꺼내도 꺼내도 계속 동전이 생겼다. 바로 '화수분'이었다. 일꾼은 품삯 대신 돌 구유를 얻었다. 고향집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너무 무거웠다. 할 수 없이 땅에 묻고 소나무와 측백나무 한 그루씩 심었다. 그 후 사람들을 데리고 와 구유를 찾으려 했지만 온 산이 소나무와 측백나무로 뒤덮여 있었다. 결국 일꾼은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줄 보물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한 번쯤 자신에게도 큰 행운이 찾아들기를 꿈꾼다. 하지만 '로또' 당첨자들 중 오히려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끝내 비극 쪽으로 '인생 역전' 돼버리는 예가 허다한 걸 보면 부러워 할 것만도 아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가난한 것이 비극이 아니라 가난한 것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비극"이라고 했다. "폐포파립을 걸치더라도 마음이 행운유수(行雲流水)와 같으면 곧 멋이다"라고도 했다. 모두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 애쓰지만 잎 하나가 적은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 꽉 찬 '행운'보다는 '행복'의 세 잎 클로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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