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系 기선잡기 성공?

입력 2006-01-25 10:00:55

김한길 원내대표 압승과 경선판도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김한길 의원의 '압승'으로 귀착됨에 따라 2·18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경쟁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표면적으로는 '인물 대결' 구도였지만 내용상으로는 '계파간 대리전'의 양상도 있었던 만큼 사실상 2·18 전당대회 경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경선 결과가 전대 경선의 초반 판세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세를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해당 계파들과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경선에서 정동영(鄭東泳)계가 김한길 의원을, 김근태(金槿泰)계가 배기선(裵基善) 의원을 암묵적으로 지원했다는 게 정설.

따라서 경선 결과를 놓고 정동영계가 초반 기선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득표력 면에서 김한길 의원이 배 의원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압도한 점은 정동영계의 당내 입지가 확고하다는 방증으로 풀이하는 시각마저 나온다.

더욱이 주목되는 점은 최근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당내 여론조사의 흐름과는 완전히 배치되고 있는 것. 최근 일부 후보캠프들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 고문이 '약진'을 거듭한 끝에 정 고문과 초박빙 접전을 이룬다거나, 심지어 김 고문이 정 고문을 '역전'했다는 결과까지 나왔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경선결과를 접한 정동영계와 김근태계 진영은 미묘하게나마 명암이 교차되는 듯했다.

김근태계의 추격세에 긴장하고 있던 정동영계는 내심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계의 한 의원은 "당의 새로운 위상과 희망을 바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 고문이 거듭 말한 대로 힘있고 유능한 여당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뜻으로 본다"고 평했다.

반대로 김근태계는 "이번 경선결과를 계파대결의 측면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애써 폄하하고 있지만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양대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 대다수도 이번 원내대표 경선결과를 계파싸움의 측면으로만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무계파에 속하는 한 의원은 "개인적 설득노력과 자질 및 흠결여부, 원내전략에 대한 호응도 등이 복잡다단하게 작용한 결과"라며 "당권경쟁의 표심과는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 결과는 실제 표심여부와 관계없이 '대세론'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당권경쟁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결국 예비선거인단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달 2일 예비선거 결과도 원내대표 경선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터잡고 있다.

특히 이번 전대경선부터 예비선거 결과가 공개되는 점이 대세론 확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동영계의 '독주' 가능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를 견제하려는 반발세도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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