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스페인 월드컵대회를 준비하면서 엔조 베아르조트 이탈리아 감독은 자신의 직감과 신념에 따라 파울로 로시와 클라우디오 젠틸레, 마르코 타르델리, 브루노 콘티,골키퍼 디노 조프 등을 뽑았다. 도박 스캔들로 인한 출장 정지기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로시를 뽑은 데 대해 비판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자신이 최고라고 여기는 선수에 대해 양보하지 않았다. 최고의 선수들을 뽑은 뒤 세부적인 전술을 이야기하기 보다 마음껏 플레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1982년 월드컵에서 가까스로 16강에 진출한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를 2대1로 이겼지만 지코, 소크라테스 등이 있는 브라질을 이기기는 힘겨워 보였다. 로시는 그때까지 무득점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준준결승에서 로시는 잠에서 깬 맹수처럼 뛰어다니면서 해트 트릭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고 폴란드와의 준결승에서도 두 골을 더 넣었다. 이탈리아는 서독과의 결승전에서 로시와 타르델리 등의 활약에 힘입어 3대1로 승리, 마침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끝까지 신뢰를 보낸 베아르조트 감독에게 명예를 안겨주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대회의 카를로르 빌라르도 아르헨티나 감독,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대회의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 감독, 1994년 미국 월드컵대회의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레이라 감독이 우승을 맛본 뒤 월드컵 무대의 관객들은 조용하면서도 품위있는 명장을 만나게 된다.
에메 자케 감독은 1994년 월드컵 본선에 실패한 프랑스가 들끓고 있을 때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손에 쥐었다.그는 프랑스 축구 시스템의 장점인 국가기술훈련센터의 상임코치 12명과 의견을 교환했고 노트에 메모해 나가며 팀을 개혁했다. 1995년 1월 재능은 풍부하지만 성격이 불 같았던 에릭 칸토나를 내치고 신예 지네딘 지단에게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했을 때 말들이 많았지만 그는 자신의 고집을 밀고 나갔다.
그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언론은 그의 신중함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고 내향적인 그의 성격 자체를 공격하기도 했다. 비난과 모욕감 마저 느껴야 했던 자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혁신적인 4-2-1-3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릴리앙 튀랑, 마르셀 드사이, 로랑 블랑, 비센테 리자라쥐로 구성된 막강한 포 백의 앞에 디디에 데샹과 엠마뉴엘 프티를 배치했으며 지단은 그들의 지원을 받아 다비드 트레제게와 티에리 앙리, 유리 조르카예프에게 볼을 공급하였다. 프랑스는 승리를 거듭한 끝에 호나우두가 빠진 브라질을 결승에서 3대0으로 완파, 처음으로 우승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자케 감독에 대한 온갖 찬사가 쏟아졌지만 그는 승리의 영광을 뒤로 하고 국가기술훈련센터로 돌아갔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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