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세대 통했도다

입력 2006-01-25 10:44:07

'왕의 남자' 열풍 왜?

지난해 12월28일 부분 개봉을 거쳐 29일 개봉한 '왕의 남자'는 개봉 첫주 1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개봉 20여 일만에 640만 명을 돌파하면서 파죽지세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제작진은 평일 하루 20만 명의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주 700만 명을 넘어서고 설날 특수까지 겹쳐 다음달 3일쯤 관객 800만 명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젊은 관객 뿐 아니라 중장년층 관객을 움직이고 있어, 롱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왕의 남자'는 한국영화의 취약 장르 중 하나인 사극인데다 톱 스타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제작비도 65억 원대로,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와도 거리가 멀다. 200억 원대를 들이며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태풍'을 '왕의 남자' A급 스타 하나 없이 눌러, '제작비=흥행'이라는 공식을 깬 것.

이를 두고 '한국 영화사 최대 이변'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왕의 남자의 흥행돌풍은 기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영화의 독특한 접근 방식이 주효했다는 것이 영화평론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이 영화는 연산군 시대의 역사와 왕을 포함한 남자들의 삼각 사랑이라는 허구를 사회현실과 잘 접목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준익 감독은 원작인 연극 '이(爾)'의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각을 덧붙였다. 그 결과 어려워보이는 영화의 소재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드라마는 가벼운 희극이 줄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여기에 영화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도 화려한 영상을 선사하고 있다. 광대들의 현란하고 시원한 놀이 한판은 특히 신세대들에게 이국적인 즐거움을 준다. '왕의 남자'는 해외 영화제 출품도 타진하고 있으며 뮤지컬, 게임 등 여러 가지 장르로 진화하고 있어, 영화계의 이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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