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새 國王에 사바 總理

입력 2006-01-25 10:45:04

의회 "병약 국왕 퇴위" 결정 따라, 내각 회의서 지명

쿠웨이트 의회가 24일 건강이 악화돼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셰이크 사드 알 압둘라 알 사바(76) 신임 국왕의 퇴위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쿠웨이트 내각은 의회 결정이 나온 뒤 회의를 열어 역시 만장일치로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총리를 새 국왕으로 지명했다. 사드 국왕은 의회가 내각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퇴위문제를 논의해 표결을 마친 직후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왕권을 이양하겠다는 내용의 퇴위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지난 15일 셰이크 자베르 알 아흐메드 알 사바 전 국왕이 노환으로 서거한 이후 불거졌던 쿠웨이트 왕권 계승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자셈 알 카라피 의회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드 국왕의 건강에 관한 의료진의 보고를 들은 뒤 의원 65명 전원 찬성으로 사드 국왕의 퇴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왕실 내부에서 사드 국왕의 퇴위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왕권을 둘러싼 위기상황이 조성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내각은 25일 사바 차기 국왕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사바 국왕 지명자는 의회 인준절차가 끝나는 대로 즉위식을 가질 예정이며, 그때까지 쿠웨이트 왕권은 사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맡게 된다.

사바 국왕 지명자는 2003년 7월 총리직을 맡은 이후 건강이 나빴던 전임 국왕과 왕세자를 대신해 실질적인 통치자 역할을 해와 새 국왕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지난 97년 결장암 수술을 받은 사드 국왕은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당초 이날 예정됐던 즉위식에서 즉위서약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1978년 왕세자가 되면서 겸직한 총리직을 2003년 7월 당시 제1부총리 겸 외무장관이던 사바 총리에게 물려준 사드 국왕은 왕권을 계승한 지 9일 만에 물러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70대 중반인 사바 국왕 지명자는 과거에 심장 맥박조정기 삽입수술을 받았지만 그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가들은 사바 지명자가 왕위에 오를 경우 세계 원유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자원부국이자 친미(親美) 노선을 견지해온 쿠웨이트의 에너지 및 대외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바 총리가 왕권을 계승하면 250년을 이어온 쿠웨이트 사바 왕가의 두 집안인 자베르와 살렘에서 번갈아 왕위를 차지하는 전통이 깨지게 된다. 최근 사망한 알 사바 국왕과 그의 이복동생인 사바 총리는 자베르 집안 출신이고, 이날 퇴위가 확정된 사드 국왕은 살렘 집안 출신이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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