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사랑을 놓치다

입력 2006-01-25 09:08:19

'표현하고 들이대는 사랑'이 미덕인 시대에 고백하지 못한 짝사랑으로 가슴앓이하는 옛 풍경같은 영화 '사랑을 놓치다'가 선보인다.

영화는 1994년에서 시작된다. 대학에서 조정 선수로 활동하는 우재(설경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난지 200일된 여자 친구에게 이별선언을 통보받는다. 우재는 괴로움을 못 이겨 폭음을 하고 공중전화로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하소연도 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우재 옆에서 친구로서 위로해주는 연수(송윤아)는 우재를 향한 가슴앓이를 한 번도 고백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을 털어놓을 시간도 없이 우재는 사랑에 대한 미련만 남긴 채 군대에 입대한다.

연수는 용기를 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하고 우재에게 면회를 가지만 우재에게 연수는 그저 친한 친구일 뿐이다. 하룻밤 자고 올 생각으로 면회를 갔던 연수는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기어이 막차를 잡아주는 우재를 두고 그냥 떠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엇갈린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10년 후로 시점을 옮긴다. 고교 교사가 된 우재와 수의사가 된 연수는 우연히, 그러나 필연처럼 다시 만난다. 우재는 여전히 첫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고 연수는 우재를 문득문득 떠올린다. 고등학교 조정 코치와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혼녀로 다시 만난 그들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한다.

우재는 조금씩 연수에게 끌리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이제 사랑이 시작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쁘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던 연수에게 우재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오면서 '미안하다'라는 말만 남기면서 다시 엇갈릴 위기에 처한다.

두 사람의 10년에 걸친 조심스러운 사랑이 이번에는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극적인 갈등도, 사건도 없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마파도'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추상민 감독의 자전적 영화 '사랑을 놓치다'가 지난해 말 몰아닥친 멜로영화 붐을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힘을 빼고 담백해진 설경구와 송윤아의 연기변신도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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