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1월생인 아이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적응력이 있어 그냥 입학시키기로 했지만 주위를 보면 많은 엄마들이 입학을 유예시키는 것 같아 공연히 걱정이 됩니다. 혹시 문제는 없을지 답답한데 괜찮을까요?
답 : 한때는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시키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또 입학을 유예시키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성장 발달에 대한 걱정, 성적에 대한 욕심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입학을 한두 해 늦추는 것이 나은 아이도 있습니다. 가령 지능이 다소 떨어지거나,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발달장애나 지체가 있는 경우 전문의 입장에서 입학 유예를 권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학해서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이듬해 다시 입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아이라면 굳이 입학을 유예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니면서 친구들과 함께 언제쯤 학교에 갈 것이라고 나름대로 예상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예측이 빗나가고, 어울리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유지가 안 되면 적잖은 혼란에 빠집니다. 유치원부터 한 살 어린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또래들에게 일 년 뒤졌다는 생각이 들면 생각보다 오래 아이의 마음속에 남아 콤플렉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모님 생각엔 일 년이라는 기간을 벌었으니 이듬해 입학하면 더 나은 성적이나 뛰어난 면모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겠지만 그런 우월성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이때의 더 나은 성적이나 출중함이라는 것도 일정 시간만 지나면 비슷해지게 됩니다.
오히려 또래들과의 동료 의식을 잃어버림으로 인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되는 좋지 않은 경우를 더 걱정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또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어떤 기능을 하느냐를 느끼면서 자아를 형성하게 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그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상황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한 아이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문제가 어른보다 더 심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감정에 치우쳐 반응합니다. 예컨대 같이 유치원을 다닌 아이가 학교에 같이 입학하지 않으면 무언가 모자란다는 식으로 말을 막해버릴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나무라도 막기 어렵습니다. 내가 남과 같지 않다는 생각, 또래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은 그런 경우에 처한 당사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단순히 학교에 일 년 늦게 들어갔을 뿐이라고 해도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입학 유예는 결국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개입에서 비롯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성장 과정에 부모가 많이 개입할수록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좋아질지 몰라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기능이 발달하지 못한 데 따른 문제는 점점 심각해집니다. 이런 기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또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정 선에서 또래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되 지나친 개입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올해 입학을 유예시킨 부모님이라면 너는 유치원에 한 해 일찍 들어갔기 때문에 학교는 한 해 늦게 들어가도 된다거나, 출생 연도가 다르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로 아이가 충분히 자신의 상황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입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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