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논술 어떻게 준비할지

입력 2006-01-24 10:09:24

문 :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남매를 둔 엄마입니다. 명문대학들의 논술 문제에 관한 여러 신문의 기사는 앞으로 학원 수업으로는 대학별고사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논술과 언어영역의 기초를 위해 지금 철학과 독서 지도를 해주는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아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말씀 부탁합니다.

답 : 내신 실질 반영비율의 축소와 논술, 심층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의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수도권 7개 대학의 2008학년도 대입전형 요강이 지난해 말 발표되면서 현 고1 학생들의 내신에 대한 극단적인 우려와 부담은 다소 줄었습니다. 그러나 대학별고사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부 명문대학들의 2006학년도 논술고사 문제는 당장 올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예비 고3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표준점수제가 도입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이 종전보다 크게 떨어지고 논술이나 심층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매체들이 논술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보도하자 '희망교육' 독자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논술시험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가, 심지어 논술 지도를 잘 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소개해 줄 수 없느냐 등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초등에서 예비 고3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부모님들이 대학별고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가 어릴 때부터 명석한 판단력과 정교한 논리적 사고력을 갖길 원합니다. 최근 언어영역과 논술이 입시에서 주요 변수가 되면서 조기 교육 열풍을 타고 어린이 독서 교실이나 철학 교실이 유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을 읽히고 독후감을 쓰게 한 후 첨삭 지도를 해 주는 것이 그런 곳의 주된 지도 내용일 것입니다. 질문하신 분의 자제도 이런 식의 독서 지도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물론 지도하는 선생님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이런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글쓰기와 사고력 배양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중·고등학생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초등학생은 논리와 관계되는 책보다는 동시나 동화, 전기 같은 작품을 주로 읽어야 합니다. 풍부한 상상력뿐만 아니라 나중의 공부를 위해서도 먼저 많은 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진한 감동을 통하여 예민한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을 개발해야 합니다. 풍부한 교양과 바탕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논리를 가르치면 아이를 정서적 불구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이 메마르고 매사에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은 잎과 꽃이 없는 고목나무와 같습니다.

언어영역이나 영어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예민한 언어 감각을 가져야 하며 그 감각은 논리적 사고력으로 배양되지 않습니다. 언어 감각은 어린 시절 책이 주는 감동을 통해 배양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중에 고학년 때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야 합니다. 어떤 주제를 두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논제를 논할 수 있는 바탕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서론, 본론, 결론에 관한 주입식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효과가 없습니다. 형식을 먼저 배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내용이 앞서야 합니다.

현재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논술고사는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는 능력을 요구하며,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에 바탕한 수험생 개개인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학년 때는 어떤 경향에 따라 편향된 독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신문을 비롯한 시사적인 글과 고전을 포함한 명저들을 균형 있게 읽어야 합니다. 이때 텍스트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비판 없이 무조건 '따라가며'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와 인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따져가며' 읽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풍부한 지식의 축적 없이 글쓰기 요령만 배우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며 궁극에는 입시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가볍고 천박하게 만듭니다. 또한 수업시간에 배우는 모든 교과 내용이 논술시험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바탕지식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 여러 대학의 논술 제시문에는 사회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논술 실력을 기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구양수의 삼다(三多)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바로 그것입니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란 좋은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감수성과 읽은 내용을 비판적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논술시험이나 언어영역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말고 우선 좋은 글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습관부터 가지도록 도와준다면 나머지는 세월과 더불어 해결될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