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一家族 탈세·사기 혐의 체포

입력 2006-01-24 10:41:23

칠레, 해외 비밀계좌 관련

아우구스토 피노체트(90) 전 칠레 대통령 일가족 전원이 거액의 탈세 및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고 칠레 일간지 라 테르세라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피노체트 해외비밀계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카를로스 세르다 판사는 이날 피노체트의 부인 루시아 이리아르트 여사와 다섯 자녀 모두에게 자신들의 수백만 달러규모 해외은행 계좌 예금과 관련해 "악의적으로 불충분하고 허위로" 납세 신고를 했다며 체포 명령을 내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르다 판사는 또 피노체트 개인비서와 피노체트 전(前) 유언 집행자에 대해서도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피노체트를 제외한 그의 일가족 6명은 산티아고 항소법원이 이들에 대한 보석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가택 연금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당국은 전했다. 공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된 장남 아우구스토만이 보석 여부 판결을 받을 필요없이 보석금 납부로 석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피노체트도 미국 워싱턴 소재 리그스 뱅크 등 외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가짜 여권과 위조된 공문서를 이용하고 약 2천800만 달러로 추산되는 해외은행 비밀예금 자산을 허위로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칠레 검찰은 피노체트와 그의 일가족이 비밀리에 개설한 해외은행 계좌가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리아르트 여사와 막내 아들은 작년 8월 피노체트 탈세 공모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이리아르트 여사는 일시 억류됐으며 막내 아들은 몇 주간 수감된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노체트는 작년 11월24일 좌파인사 납치·살해를 위한 '콜롬보 작전' 배후 조종혐의로 기소된 후 계속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최근에야 보석 승인이 났다. 피노체트는 또한 지난 12일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에 대한 쿠데타 당시 아옌데 경호원 2명의 살해사건으로 면책특권이 재차 박탈됐다. 이 밖에 그는 대통령 재임시 200만 달러의 공공자금 불법 전용 혐의도 받고 있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11일 유혈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내고 집권해 1990년까지 칠레를 철권통치한 뒤 1990년 민정에 정권을 이양했다. 민정복귀 이후 독립적 위원회 공식 조사 결과로도 피노체트 통치기간 정치적 이유로 3천19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1천여 명이 체포된 후 생사 불명상태이며 수만 명이 칠레를 떠나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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