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현물주식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크(전일 종가기준 10% 이상 폭락세가 나타날 때 주식매매를 일시중단하는 제도)가 발동된 23일 오후 대구시내 증권사 객장은 온통 하얗게 질려버린 분위기였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폭락장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까."
객장에서 주식 시세판을 바라보던 김지수(63·대구시 동구 신암동) 씨는 낙담하다못해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주말보다 27.35포인트(2.06%) 내린 1,297.43으로 마감됐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63.98포인트(9.62%) 떨어진 601.33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낙폭은 2001년 9·11테러 다음날 71.60포인트(11.59%) 하락한 이후 최대치다. 심리적 공황(패닉) 상태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투자심리 급랭…조정기간 거칠 듯
"망가져도 너무 망가졌습니다. 주초에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이럴 정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세종증권 김용순 대구지점장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이 23일부터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 같다"면서 "25일 장세가 증시방향을 잡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후 대신증권 대구지점 부지점장도 "일부 투자자 중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팔겠다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망연자실한 채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심리가 완전히 꺾인 만큼 3, 4월까지 기간조정을 거쳐야만 어느 정도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한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의 급등 등 부정적인 외부요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급랭한 투자심리라는 분석이다.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은 "올해 세계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4~15배 선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한국시장의 예상 PER는 9배를 웃도는 수준에 불과해 대단히 저평가되어 있는 상태"라며 "최근의 시장하락은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일부 기관들의 단기적 운용형태와 시장 상승을 빌미 삼아 미수금을 예탁금의 20%까지 늘린 증권업계의 고질적 단기 업적주의의 산물"이라면서 비판했다.
◇묻지마 환매 금물···자산배분 차원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 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증시가 지나치게 과도한 반응을 하고 있는 만큼, 폭락 이후 반등을 염두에 둔 자산배분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강대원 대구지점 팀장은 "환매를 요청하는 주문이 많기는 하지만, 상담자의 30%는 '매수에 나서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상승기에는 주가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어쩌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일반인의 투자심리가 급랭한 지금이 서서히 주식을 살 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매와 자산분산 과정에서 자신의 투자목적과 기간, 목표 수익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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