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은 네덜란드 출신 감독의 영어 지시를 과연 얼마나 알아들을까.
24일 축구대표팀에 따르면 일단 훈련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통역원 박일기씨가 감독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우리 말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딕 아드보카트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 비해 단순한 영어를 주로 구사한다. 히딩크가 언변이 화려한 대신 복잡한 구문을 사용했다면 아드보카트는 쉬운 대신 네덜란드식 악센트가 단점이다.
박씨가 한눈이라도 팔면 의사소통이 어렵다.
아드보카트 감독 혼자서 그라운드 위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올라가는 경기장에서는 더욱 문제다. 감독의 지시를 금방 알아듣는 선수도 있지만 못 알아듣는 선수가 태반이다.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축구대표팀과 친선경기가 열린 두바이 알 샤밥스타디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감독이 경기 도중 이동국(포항)에게 "동국, 동국"이라고 외치며 뭔가를 지시했지만 이동국은 한참 후에야 자신에게 지시하는 건지 되묻는 몸짓을 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UAE전 당시 감독의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김상식(성남)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걸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이 멀리서 소리쳐도 내 이름을 부른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장이 시끄러울 땐 알아듣기 어렵단다.
박주영(서울), 김진규(이와타), 이호(울산), 백지훈(서울) 등 젊은 선수들은 답답했는지 박일기씨로부터 짧은 영어특강을 받고 있다.
숙소 등지에서 마주칠 때마다 훈련 때 자주 듣는 단어를 반복 연습한다는 것이다.
첫날은 'follow(따라가)', 둘째 날은 'other side(반대편)', 23일은 'look forward(앞쪽을 봐라)'를 연습했다. 쉬운 단어지만 경기장에서는 이런 말도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선수들에게 미리 지시를 해놓고 경기 중에는 지시사항을 잊어버린 선수들에게 환기만 시켜주면 되니까 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차장에 따르면 처음엔 알아듣기 어렵지만 그라운드를 함께 뒹굴다 보면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는 눈짓과 손짓만으로도 의사소통이 될 수 있다.
복잡한 지시사항은 2002년에는 '히딩크-전한진-박항서 코치-선수들' 순으로, 지금은 '아드보카트-박일기-홍명보 코치-선수들' 순으로 전달한다.
요즘 리야드에서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태극전사들간의 '의사소통 전지훈련'도 한창인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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