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가 원전·방폐장 건설·운영 도맡아
산타할아버지의 나라 핀란드는 11월부터 4월까지 온통 눈으로 뒤덮이는 설국이다. 눈덮인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거북이 걸음은 우리나라에선 겨울철에 어쩌다 한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곳은 겨울철 내내 나타난다.
겨울철엔 운이 좋아야 며칠 만에 한두 시간가량 햇빛을 볼 수 있어 눈은 겨울 내내 녹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민간 교포들 중에는 겨울이 지난 뒤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어 핀란드의 우리 교민은 300여 명선이다.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 275km 지점의 오킬루오토를 찾아가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7시간. 빙판길 탓이다. 핀란드는 요즘 오후 4시쯤이면 어두워지고 오전 9시가 돼야 날이 밝아진다. 이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다. 헬싱키 호텔에서 새벽 7시에 출발, 호르사~휴티넨을 지나 서쪽 바닷가 작은 섬의 오킬루오토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작은 다리 하나로 연결돼 있는 이곳에 원전과 방폐장이 위치하고 있다.
◆오킬루오토 원전시설
원전은 TVO전력회사가, 방폐장은 POSIVA사가 운영을, 그리고 전체 관리는 TVO사가 맡아 하고 있다.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는 정문에서 패스카드를 받아 들어가자 다시 아이디카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철회전문이 나왔다. 연락을 받고 나온 TVO 소속 엔지니어파트 메니저가 건네준 카드를 이용, 들어간 곳은 3층 건물의 중앙컨트롤센터. 원전과 방폐장 시설 등을 관리, 운영하는 곳으로 1980년에 건축됐다.
전체 섬 24km²의 4분의 1인 6km²가 원전시설 부지. 북극으로부터 얼음이 계속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섬 면적은 알 수 없다는 게 TVO 측 얘기. 왼쪽 해변엔 고준위방폐장이 2020년 가동 예정으로 건설 중이고, 오른쪽 숲 지하 암반 100~400m 지점에는 1992년 가동에 들어간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다. 구리관 속에 폐기물을 보관하는 동굴처분방식이다.
원전은 1호기와 2호기가 각각 1978, 1979년부터 가동 중인 가운데 3억 유로를 들인 3호기가 2009년 가동예정으로 추가 건설되고 있다. 핀란드는 연중 절반 이상이 동절기인 만큼 난방용과 전등용 등의 전력수요량이 많아 인근 러시아, 스웨덴, 노르웨이 등으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것은 물론 원전 추가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원전이나 방폐장은 순수 민간업체가 독일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건설하며, 그 운영에 정부는 어떤 형태로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단, 민간기업이 방폐장 시설 도중 하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자금을 정부에 예치한 뒤 착공에 나서도록 하고 있고 위치선정과 보상, 행정절차를 밟는 것은 전적으로 민간 업체 몫이다.
이곳 방폐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100여 후보지 중 2곳을 선정, 국회와 정부 등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쳐 건설에 들어갔으나 주민반대가 심해 계획에서부터 완공까지는 무려 15년이 걸렸다. 고준위방폐장의 경우도 2001년 5월 심층처분장으로 승인을 받아 2020년이 돼야 가동하게 된다.
40년 사용계획으로 건설한 중저준위방폐장은 전체 가용량의 45%를 채웠지만 앞으로 60년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원전시설 증가에 대비 방폐장 추가 건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원전시설과 방폐장의 근무인원은 정규직 700명을 비롯해 경비 안전요원 등 계약직을 합하면 1천500명에 이르고 있다. 원전 3호기가 들어서면 2천500명으로 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원전의 안전은 안심이다.
영국 셀라필드 원전단지 홍보관의 자연적인 방사 정도를 알아보는 코너에서는 항공기 스튜어디스가 1년간 기내에서 일할 때 원전시설 내에서 같은 기간 일하는 것보다 방사능에 더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표를 통해 보여줬다. 그만큼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핀란드 오킬루오토, 영국 셀라필드 등의 원전시설을 돌아본 결과 "원전시설의 안전은 바로 안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 시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원전사고로는 1986년 4월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것이 최대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일상적인 안전성 검사 중 운전원의 자동정지 기능 차단이 결정적인 실수가 돼 출력이 폭주하면서 수증기 폭발 및 감속재로 사용한 흑연에서 발생한 수소의 폭발에 의해 사고가 커진 것.
그러나 우리나라 원전은 물론이고 서방 선진국의 원전은 원자로를 긴급히 정지시켜야 할 때 충분한 정지봉을 단시간 내 투입 가능하고, 원자로에 격납용기(철근 콘크리트 두께 1.2m) 등 여러 겹의 방호벽이 설치돼 있어 만일의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또 열 제거를 위한 물을 감속제로 함께 사용, 화재 위험성도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으며, 만에 하나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은 외부로 나갈 수 없게 돼 있어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오킬루오토 원전시설과 방폐장 전경. 방폐장은 오른쪽 소나무숲 지하 암반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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