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진 미룰 순 없으나…

입력 2006-01-21 11:36:56

노무현 대통령은 그저께 새해 연설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외교통상부는 다음달 2일 공청회를 개최한 뒤 2월 16일께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오는 5, 6월경 본격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농축산물 수출국인 데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이 개방의 파고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세계 최대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 확대,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등 경제 선진화를 가속화하고 양국 간 외교'안보 관계도 강화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 증가하고 일자리도 10만여 개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 먼저 농업의 경우 대규모 농산물 생산 감소로 인해 농업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생산 감소액은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8조8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 전체 근로자의 70%가 일하고 있는 법률'의료'교육'물류'인력 등 서비스 분야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미국은 무역 자유화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장 등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의 노동 생산성은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미 FTA 협상은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타결됐다고 하나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농축산물과 서비스 시장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개성 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 모두 민감한 현안들이다. 더욱이 한미 FTA는 한-칠레 FTA나 쌀 협상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력과 파괴력이 광범위해 이해 집단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상 시한에 쫓겨 서두를 게 아니라 FTA 체결 전에 주도면밀한 개방 전략을 마련해 피해 예상 부문에 대한 대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근로자의 전직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산업 피해 구제 프로그램도 조속히 가동해야 할 것이다. 대처 미흡으로 성장에 실패한 멕시코가 타산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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