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 미군 캠프워커를 가다

입력 2006-01-21 10:15:04

"한미 관계, 특히 주한미군 문제는 찬반 흑백논리보다 실리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물론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어 사망한 사건처럼 미군의 명백한 잘못은 지적해야지요. 하지만 전쟁억지 효과 등 미군 주둔의 장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것이 우선이지요."

20일 오후, 대구시 남구 봉덕동 미군기지 캠프워커 내 숙소는 사람들의 발소리로 소란스러웠다. 20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냉장고, 침대, 옷장, 전자레인지, 화장실이 갖춰진 2인용 내무실과 체력단련실, 휴게실 등을 둘러보고 있었다. 숙소 안에 남아있던 몇 몇 카투사(KATUSA)와 미군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방문객들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미국학과 연합(이하 연합)' 소속 학생들. 19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제1회 미국학 캠프'에 참가, 둘째 날 캠프워커 방문에 나선 것이다.

이날은 한·미 외교장관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날이다.

학생들 대부분 말씨가 낯설다. 학생 20명 중 14명이 경기도에 있는 대학 출신이기 때문. 이 모임은 지난해 계명대·대진대(경기도 의정부)·평택대 등 3개 대학 미국학과 학생들이 미국학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의기투합, 만들었다.

캠프 안내를 맡은 카투사 박명준 상병의 방을 구경하던 임호성(26·평택대 4년) 씨는 자신의 군복무 시절 내무실과 비교된다며 웃었다. 하지만 미국학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이내 표정이 진지해진다.

"미국학은 미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전체를 조망하면서 지역학으로서의 미국을 탐구하는 것이지요. 현재 미국이 세계를 이끌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연합 소속 학생들은 미국을 배우는 데 열성이다. 물론 무작정 미국을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미국이 지금의 강대국이 됐는지, 이들의 장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문제점도 찾아보려고 한다.

이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연합을 만든 뒤 '미국학은 무엇인가', '미국학은 왜 필요한가' 등 주제별 토론과 캠프워커 방문 등 '미국학 캠프'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장소 섭외까지 마쳤다.

캠프 진행자 대표인 문형석(26·평택대 4년) 씨는 "미국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주위에서 친미주의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친미, 반미 이전에 미국에 대한 분석이 먼저"라고 했다.

한편 이번 캠프는 주한미국대사관이 비용을 후원했고 계명대학교가 숙소를 제공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 19일 오후 대구시 남구 캠프워커를 찾은 계명대 등 대학생들이 미군 내무반을 둘러보며 병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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