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임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는 "매값을 하겠다"며 "돔 구장 건립과 지방 구장 개'보수 등 시급한 현안들을 해결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야구 팬들은 정치인 출신으로 KBO 총재직에 오른 그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고 그는 일을 잘해 비난을 상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19일 한국 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한 후 삼성의 김재걸은 "한국 야구 100주년 돔 구장 만들자"란 문구가 적힌 셔츠로 눈길을 끌었다. 김재걸은 한국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선수라 그의 '우승 세리머니'는 더욱 시선을 모았다.
언제부터인가 돔 구장을 세우는 것이 한국 야구의 숙원 사업처럼 되어 버렸다. 몇 년 전부터 서울에 돔 구장을 건립하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가 나돌았고 이후에도 틈날 때마다 돔 구장 건립이 거론됐다. 지난해 코나미컵 아시아야구대회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자 '돔 구장 타령'은 더욱 거세졌다. 웅장한 데다 각종 부대 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는 도쿄돔은 한국의 야구 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긴 했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25년째 접어드는 우리나라가 돔 구장 하나도 없어 장마철에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 하면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비가 약간 오더라도 경기를 강행해야 되는 경우도 많으니 비 오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돔 구장의 건립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비가 많이 오는 일본에는 6개의 돔 구장이 있으며 미국에는 8개의 돔 구장이 있는데 메이저리그 5개 구단이 돔 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빨리 하나의 돔 구장이라도 세워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야구장 시설의 격차도 줄여 보자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돔 구장 건립보다 더 시급한 것이 대구 구장 등을 신축하는 것이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의 홈 구장 중 서울의 잠실 구장과 부산 사직 구장, 인천 문학구장은 3만~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으로 규모와 시설 면에서 일정 요건을 갖추고 있는 데 비해 대구와 광주, 대전과 수원 구장의 관중석은 1만2천 석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와 광주, 대전 구장 등은 프로야구 이전부터 있어 온 구장으로 끊임없이 개'보수하면서 프로 경기를 하고 있으나 규모나 시설 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에서 돔 구장 건립을 우선시한다면 야구장 시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서울에 돔 구장을 만들자는 여론은 사실 서울의 언론 등 서울 지역에서 목소리를 높여 온 문제다. 그들은 지방 구장의 열악한 현실을 알면서도 돔 구장 건립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 왔다. 그들은 전국적 기준에서 사안을 보는 것 같지만 서울 중심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고 여론을 조성해 왔다. KBO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에 떠밀려 돔 구장 건립을 우선 숙원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1천만 명 이상이 사는 서울에 돔 구장이 건립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지방과의 격차를 벌리면서까지 우선시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지방 구장을 3만 명 이상으로 건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고 서울의 돔 구장 건립은 그 다음 순위에 해당된다. 서울시 예산에다 민자를 유치한다면 돔 구장을 짓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나 중앙정부의 예산이 지원된다면 지방 구장의 신축 및 현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아예 앞당기는 차원에서 돔 구장을 지방에 짓는 것은 어떠한가. 그렇다면 돔 구장 건립이 우선 순위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되지 않는 지방에서는 역시 반발할 것이다. 지방에 돔 구장을 먼저 건립하자는 제안이 사리에 맞지 않고 억지를 쓰는 것처럼 들리는가. 지방의 야구팬들은 서울에 돔 구장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이런 '억지'라도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신 KBO 총재는 프로야구 현안을 이야기할 때 돔 구장 건립보다 지방 구장의 신축 및 현대화를 먼저 거론해야 한다. '지방 구장 개'보수'가 아니고 '지방 구장의 신축 및 현대화'이다. 대구의 삼성 선수들은 차후에 셔츠 문구를 내보이고 싶다면 '대구 구장 새로 지어야 한다'는 문구를 써 넣어야 한다. 김재걸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순수한 마음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했을 뿐이니까.
김지석(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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